독기, 정말 필요할까?

by 푸하퐁
독기, 정말 필요할까?


성공하는 사람들의 덕목처럼 일컫어지는 '독기'라는 것. 독기란 무엇일까? 독한 마음? 요즘 말하는 독기는 원하는 걸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과 노력,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독기는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가지게 되는 성향,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마음가짐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이를 테면 나는 어릴 때부터 남을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좋지 않은 성격일 테지만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시샘하면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아니 그것을 뛰어넘고 싶어 하는 편이었다. 워낙 내성적이었던 탓에 그런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림 부문에서 늘 나를 누르고 금상을 차지하던 옆 반 친구를 어느 한 대회에서 대상으로 이겨버렸을 때의 승리감을 잊지 못한다. 그 뒤로 그 친구에게 그림 대회에서 진 적은 졸업 때까지 한 번도 없었다. 그때가 인생에서 큰 달달함을 맛보았던 첫 번째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추억이다.


그 뒤로도 나는 늘 누군가와 경쟁을 했다. 세상 사는 일자체가 죄다 경쟁인 시대라고도 말하지만 나는 꽤나 어릴 때부터 경쟁상대를 무의식적으로 만들고 그와 싸우기를 반복해 왔다. 가깝게는 같은 반 친구나 학교 선배, 후배, 나를 알지도 못하는 역사 속 인물, 소설의 주인공, 해외 유명인까지 닮고 싶은 부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쟁상대로 만들었다. 롤모델이라고 말할 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 머릿속에서는 '언젠가는 이길 테다'라는 목표를 향해 달렸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다 이겼을까? 솔직히 말하면 정말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그런 짓(?)을 한 건 아니다. 이길 테다, 이겨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봐 그랬다. 누가 가르친 생존법은 아니었으니까 아마도 이건 내가 가지고 태어난 성향이었던 것 같다.


후천적으로도 나는 늘 쫓기듯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집에서 나를 지원해 줄 환경은 아니었기에 스스로 뭔가를 해내야 했다. 지금보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지는 않았던 때에 밤새도록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내고, 정리하고, 부모님을 설득하고, 그럼에도 지원은커녕 응원조차 받을 수 없었기에 맨땅에 헤딩을 해야만 했다. 질려버릴 정도로 잘게 잘게 세운 목표를 하나씩 성공해도 좀처럼 자신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지 않았다. 그런 건 어릴 때부터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면 매번 무기력함과 우울함에 빠졌다가 헤어 나오길 반복해야 했지만, 그래도 이겨보려던 마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 모습이라도 된 거라고 믿는 편이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에는 결핍에 의한 동기부여보다 즐기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목표달성에 더 유효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즐기면서 성공한 사람들, 부럽지만 이건 내가 도저히 내 삶에 적용시키기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즐기면서 어떻게 성공까지 한다는 걸까? 뭐든지 과포화상태인 시대에 즐기기만 해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다는 걸까? 그들은 이미 출발선이 다른 게 아닐까? 혹은 내가 지나치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나 자신은 '독기라도 있어야 그나마 살아남는다'라는 생각으로 사는데 익숙해져서 별로 지장이 없다. 그런데 나를 고심에 빠뜨리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아이이다. 우리 집 아이는 나와는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생김새부터 사고회로까지 나를 닮은 구석을 찾아보려야 찾을 수가 없는 사이이다. 우리 둘 사이에서 시너지가 나기란 참 어렵다. 나는 늘 아이에게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닦달하는 잔소리꾼이고, 아이입장에서는 하고 있는데 엄마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구도이다. 아이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잔뜩이겠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서로 진심이 통하지가 않는다. 우리 집 아이는 회복력이 매우 매우 좋은 건강한 아이인 건지, 도통 위기를 느끼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자기는 잘하고 있고, 어떻게든 될 거고,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듯하다. 어쩌다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에는 대체로 주변의 누구 탓을 하거나 환경 탓을 하는 편이다.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가 이런 성향대로 자라면 어떤 사람이 될지 이미 알고 있는 모델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더 고뇌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게 내가 말한다고 달라질까? 이게 이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성향인데, 내가 말한들 달라질까? 왜 집중해서 뭔갈 하지 않냐고, 왜 뭐든 찍먹 하듯 쉽게만 생각하냐고, 왜 하나라도 진지하게 하는 일이 없냐고 얘기한들 달라질까? 뭐든 하나라도 잘하는 거, 아님 지독하게 잘해보고 싶은 거에 대해 생각조차 해보지도 않냐고 물어본들 달라질까? 이런 질문들을 속으로 되뇌다가 이내 곧 질문을 바꿔본다.

그렇게 열심히 산들 뭐가 나아졌나?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독기 품고 열심히 살았고, 나름대로는 결과도 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한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디 가서 내놓을 만한 사람도 아닌 것 같다. 내가 나를 자랑스럽다고 여겼다면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마음에서 잔소리하고 있지도 않겠지. 그래서 오늘도 아이에게 열심히 하라고, 정신 차리라고, 그러다 좋은 기회는 다 사라질 거라고,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서 가까스로 밸브를 잠겄다. 우리 집 아이는 절대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만약 아이가 '엄마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지금 이 정도야?'라는 말을 한다면 나는 반박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에 그냥 입을 꾹 닫고 설거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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