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특징

김범준 교수님의 영상을 보고

by 푸하퐁

평소 다양한 장르의 영상을 보는 편인데, 김범준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에 뜬 '통계물리학자가 증명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특징' 썸네일은 유독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었던,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글이글 성공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클릭을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굉장히 사악한 타이틀이었다.


영상은 성공과 운에 관한 외국의 논문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과연 성공한 사람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관심을 잡아끌었다. 프로그램으로 설계한 이 실험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사각형 박스 안에 1000명을 마구마구 뿌린다.

2. 사람들이 가지는 각자의 재능을 정규분포를 이용해서 추출한다.(사람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고만고만 비슷하다고 가정)

재능의정규분포.png 사람들이 가지는 재능의 분포

3. 각자에게 초기 재산을 모두 동일하게 나눠준다.

4. 사각형 공간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빨간 점을 만나면 재산이 2분의 1로 줄어든다.

5. 돌아다니다가 녹색 점을 만나면 재산이 2배가 된다.(그 사람이 갖고 있는 2번의 재능에 비례해서 재산이 늘어난다고 가정)

박스.jpg 1000명의 사람들이 박스 안을 돌아다니며 빨간점과 녹색점을 우연히 만나는 모습

이런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면 이 가상의 사회(박스)에서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재산의 확률분포는 꼬리가 긴 멱함수 분포가 된다고 한다. 똑같은 조건에서 시작한 사람들 중 누군가는 우연히 이어진 2분의 1 확률의 성공으로 부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우연히 이어진 2분의 1의 확률의 실패로 파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멱함수.jpg 최종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재산의 분포


김 교수님이 정리한 보다 심플한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람들마다 각자의 타고난 능력은 비슷하다.

2. 어쩌다가 누군가는 실패한다.

3. 실패하면 재산은 절반이 된다.

4. 누군가는 우연히 성공한다.

5. 그런데 성공 후 늘어나는 재산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재능에 비례한다.


초기에 사람들이 가진 재능은 정규분포이지만 최종적으로 각자가 갖는 성공의 규모는 꼬리가 긴 멱함수 분포라는 점은 매우 현실적인 실험결과라 할 수 있으며, 타고난 재능 혹은 노력 같은 내재적인 요인이 그 사람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연구자의 결론이라 한다.


다음은 해당 논문에 대한 김 교수님의 의견이다.

실패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재능이 부족했거나 노력을 덜 했다고 결코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 논문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실패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뜻이 절대로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성공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정말 특출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다.

성공과실패자.jpg 부자가 된 사람(왼쪽)과 파산한 사람(오른쪽)의 비교

위의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의미가 더 와닿는다. 최종적으로 재산을 많이 모아 부자가 된 사람(왼쪽)이 가진 재능은 0.61로 평균(0.6)에 해당했는데, 우연히 녹색점을 만나는 행운 이벤트가 연달아 일어나며 재산을 불릴 수 있었다. 반면 초기 재능 0.74로 평균보다 높은 재능을 가진 사람은 우연히 빨간점을 만나는 불운의 이벤트가 연이어 발생하여 결국 재산을 모두 잃고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쪽을 보아도 개인이 가진 재능보다 운이 중요하다는 점이 명확하다.


그러면 과연 재능과 성공이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

실험 결과에서 최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만 모아서 재능의 평균을 내보았더니 초기의 평균(0.6) 보다 높았다고 한다. 결국 타고난 재능 그리고 얼마나 노력했는지(각자의 내재적인 요인)도 당연히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쩌면 우연한 운이 사람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성공그룹재능분포.jpg 최종적으로 성공한 그룹의 재능 분포

20분 남짓한 이 영상의 결론을 보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간까지 '성공도 운빨이다!'라고 외치다가 결론에 이르러서는 '각자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핸들을 꺾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지 조마조마했었다. 노력이 운보다 중요하다면, 내가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오롯이 내 안의, 내재적인 요인의 부족에 의한다는 말일 테니까 그보다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말은 몇 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여느 흔한 자기 계발서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던가, 하루에 몇 개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던가 하는 소위 부자들의 성공 습관을 당신은 갖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 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노력을 덜 해서', '머리가 나빠서', '재능이 없어서' 실패했다가 아니라 '당신은 단지 운이 없었다'고 말한다. 물론 정말로 노력을 덜 했거나 유독 지능이 낮은 편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굳이나 재능이 없는 분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정작 재능 있는 분야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면 원하는 만큼의 성공에 다가가지 못했더라도 이제 마음을 조금 가볍게 풀어주자. 속 편하게 '운이 나빴네!'라고 생각해 보자. 지칠 때까지 자신을 채찍질하지 말고 차라리 녹색점을 만날 때 아쉽지 않도록 자신이 가진 재능을 돌봐주자.


이건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해고된 후 3개월 정도 뒤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었다. 나는 해고된 김에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그림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는데, 수십 년 전과는 달라진 시대를 반영하여 디지털 그림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마음이 가는 캐릭터를 그리고, 짧은 글을 쓰며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이모티콘 시장도 레드오션이 된 상황이었지만,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도전했었다. 이모티콘을 만들고 팔아서 3개월 후에는 5만 원정도를 벌자는 것이었다.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이루지 못했다. 그림에 숙련도를 더하고 글에 깊이를 넣어 인스타툰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기로 했다. 물론 팔로워를 늘려서 광고라도 받아 생계를 유지해 보자는 경제적인 목표도 포함되었다. 약 1년여 정도를 몰입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아쉽게도 이번 역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내 피드는 광고비를 지불하는 만큼만 사람들에게 노출되었고, 광고를 하지 않은 게시물은 세상에 태어났는지조차 아무도 모를 만큼 고요한 수치를 보여주었다. 팔로워는 결코 늘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생계를 위한 다른 일을 더 찾아야 했다). 다만 고민만 늘었다.


'나는 공감능력이 부족한가?', '재능이 없나?', '내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가?'라는 식으로 자기 비난에만 빠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마음 한 켠에서부터 '이거 보다 어떻게 더 열심히 해?', '나보다 내용도 엉망이고 그림도 엉망인 어떤 사람들조차도 빵빵 뜨더구만', '내 잘못이 아니라 메타 알고리즘의 문제라고', '보는 눈들이 없구만', '이걸 몰라주다니. 나는 운도 참 없지'하고 불만이 꿈틀대기도 했다. 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환경 탓, 운이 없는 탓으로 돌린다고 딱히 내 생활이 나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적어도 짧은 그 순간만큼은 자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금방 다시 비난의 늪으로 빠져 버리기 일쑤였지만.

그렇기에 이 영상이 나에게 주는 위로는 대단했다. 이제 내가 부족해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그만두어도 된다고 허락을 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 노력을 안 해도 될까? 연구 결과에서도 말하지만, 운빨만 믿고 아무 노력조차 안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사람만이 빨간점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녹색점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사람에게 빨강이든 초록이든 점이 우연히 다가올 일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뭐가 됐건 움직이자. 지금처럼만이라도 꾸준히 움직인다면 뭐가 되든 될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저 앞에 가까워지는 점이 빨간색인지 초록색인지 닿기 전에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참고]

영상 : 유튜브 '범준에 물리다', 통계물리학자가 증명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특징 (1000명을 실험했더니...)

이미지 : 재능 vs 운: 성공과 실패에 있어서 무작위성의 역할

(TALENT VERSUS LUCK: THE ROLE OF RANDOMNESS IN SUCCESS AND FAILURE), ALESSANDRO PLUCHINO,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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