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특별한 것들

by 행복한 풀잎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나는 어른들이 무서웠고 세상이 두려웠다.

부모님께서는 1남 3녀인 우리를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대학 공부까지 시키시려고 애쓰셨고 장녀였던 큰언니의 취업으로 나는 배우고 싶었던 미술을 고2 겨울방학이 될 때쯤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그림을 배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입시 미술을 준비했던 기간이 짧았던 나는 실력이 부족했고 실기고사에서 석고상을 그리는 자리까지 좋지 않았던 탓에 가고 싶었던 4년제 대학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한 학기 등록금을 면제받고 2년제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남들처럼 재수할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부모님은 큰언니처럼 취업시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알바를 하며 학원에 다녔어도 좋았을 텐데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들에 후회만 남았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초라해지는 내 모습에 하늘을 원망하곤 했다. 버겁고 부끄러워 문제 뒤에 숨곤 했던 시간들이 쌓여 과거가 되어있었다. 후회 속에서 성실히 살아내지 못한 시간들은 또 다른 후회들을 가져왔다.


초등학교 시절 가스불에 올려진 주전자의 물이 끓을 때쯤 엄마는 가스불 앞에서 기다리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30까지 숫자를 세고 불을 끄라고 하셨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도 나약했던 나는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주어졌을 때마다 버티고 버티다 물이 끓기 직전에 달궈져 있던 주전자를 들어 올리기 일쑤였다. 정말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결과물들이 있었을 텐데 견디지 못해 결국 포기했었고 인생이 제자리걸음처럼 다시 출발선에 놓여있을 때가 많았다. 후회 속에서 제자리걸음만 하던 나를 비웃듯 인생의 명언들은 존재했다. 네잎클로버는 특별한 행운을 찾으려다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말 때가 있음을 빗대어 나에게 말을 건넸고,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동화책의 이야기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찾던 나에게 매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작고 특별한 것들을 바라보게 했다. 그러다 문득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 현재만 존재해 있었다. 이것을 깨닫고 나니 현재에 더욱 집중하길 원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보다는 과정을 더 누리려고 애쓰다 보니 힘들고 고통스러움 뒤엔 성장이 있었다. 후회 속에 살아갈 때의 나를 되돌아보면 눈앞의 세잎클로버를 보지 못한 채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었고 어딘가에 있을 파랑새를 찾고 있었다. 그러니 지천에 깔려있던 세잎클로버도 가까이에 있던 파랑새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젠 일상의 하루 속에서 작지만 특별한 즐거움을 발견한다. 책을 읽는 것, 커피를 내리고 맛보는 것, 산책하기, 친구와 시간 보내기, 여행, 낮잠 자기, 일탈을 꿈꾸는 것 등.

작지만 특별한 즐거움들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반복되는 습관들이 되어 지루해진다면 가보지 않았던 곳, 맛보지 않았던 것, 경험하지 않았던 것들을 꿈꾸며 새로운 설렘을 찾게 되기도 한다.

현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긴 나는 지금 여기에 머물러 현재의 경험에 충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멀리서만 행복을 찾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하는 작지만 특별한 것들이 내 삶의 일부이며, 그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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