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나는 함께 일하고 있다. 나는 1층에서 근무하고 친구는 2층에서 근무한다. 출근하면 1층 내 자리에 짐을 내려놓고 2층으로 향한다. 2층엔 도서관이 있고 친구의 사무실이 있다. 책들이 쌓여있는 2층은 1층의 공기까지 위층으로 모이면서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답답하다. 위층으로 들어서면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1층 정수기에서 물을 담아 올라간다. 친구가 나보다 먼저 출근할 때는 늘 먼저 물을 담아 나의 수고를 덜어주기도 한다.
친구도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 내리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커피 내리는 행위는 일정하게 반복된다. 순서가 기억나지 않을 때는 적어둔 메모를 보며 따라 하면 된다. 담아 온 물을 커피포트에 부어 전원 버튼을 누르고 나면 추출 도구들을 책상 위에 집결시킨다. 드립 포트, 저울, 티스푼, 드리퍼, 드립 서버, 드립 필터, 원두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을 끄집어낸다.
따뜻한 커피와 차가운 커피는 원두의 양과 추출 방법이 조금 달라지기도 한다. 차가운 커피는 원두 양이 늘어나고 드립 서버에 얼음을 넣어 추출하게 된다. 내려진 커피가 얼음에 닿아 순간 차가워질 때 맛이 더 좋게 느껴지고 향이 더 진해지는 것 같다. 날씨와 그날의 취향에 따라 커피가 정해질 때도 있다. 흐리고 추운 날에는 묵직한 바디감이 있는 커피를 맑고 따뜻한 날에는 가벼우면서도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를 선택하게 된다. 산미가 있는 원두는 여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마시기에 제격이었다.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원두는 에티오피아 원두이다.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했던 지인은 에티오피아 원두에서 꽃향이 난다고 했다. 처음 맛봤을 땐 화장품 냄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생두 가공 방법에 따라 워시드와 내추럴이 있는데 친구는 내추럴에서 젓갈 맛이 난다고 말한다. 정말 신기하게 친구는 커피의 이름에 쓰여있는 가공법을 보지 않고도 맛으로 구별할 수 있다. 내추럴 방식은 커피 체리의 과육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건조시키는 방식으로 생두를 건조하기 때문에 약간의 발효취가 날 수 있는데 이 냄새를 친구가 싫어하는 것 같다.
물이 끓는 동안 저울에 원두 무게를 달고 커피 그라인더에 커피를 갈고 나면 커피 필터를 접어 드리퍼 위에 올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 린싱 작업을 한다. 린싱 작업을 통해 종이필터의 냄새를 제거하고 드리퍼에 종이필터를 밀착시켜 준다. 그리고 드리퍼와 드립 서버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시켜 온도차로 인한 맛의 변화를 줄여주기도 한다. 요즘은 린싱을 생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언제나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간편하면서 맛있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린싱한 드리퍼엔 갈려진 원두 가루들이 담겨 맛있는 커피로 내려진다.
커피를 내리고 맛보는 것은 작지만 특별한 행복을 준다. 하루를 살아낼 힘이 되기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누리는 여유가 되기도 한다. 휴일인 오늘은 함께 커피를 마실 사람들이 없어 커피가 빠진 하루였다. 혼자 마실 때는 번거로움 때문에 커피를 내리는 일은 적다. 주로 인스턴트커피나 드립백을 애용한다. 이럴 때면 혼자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지만 자신에 대한 할애가 부족함을 느낀다.
커피가 있는 곳엔 만남이 있어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지겹지 않고 유쾌해지는 시간이 되기도 하는데 오늘처럼 커피가 생략된 하루는 뭔가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일하는 곳에서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커피를 늘 내리게 되는데 맛있게 마셔주니 내리는 기쁨이 있고 나누는 즐거움이 있다.
커피 내리는 행위는 오감 또한 만족시켜 주기도 했다. 쓰고 달콤한 맛, 커피의 아로마향, 커피콩을 만지는 촉감, 커피콩이 갈리는 소리와 물이 끓는 소리까지 때론 치유가 되고 위로가 된다. 치유와 위로처럼 살아가며 맺게 되는 삶의 열매는 곁에 있는 이들과 나누게 되는데 서로의 대화와 행동 그리고 마음에서 서로의 열매를 함께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커피 한 잔에 이야기를 담아낼 때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고 행복감을 맛보게 한다. 앞으로도 커피잔 속에 기쁨, 사랑, 위로, 평안이라는 긍정의 감정들을 계속 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