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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지 Aug 29. 2023

맹감잎 따러갈까?

맹감잎 송편에 대한 추억


맹감나무 잎


둘레길 걷는 것을 좋아한다.

산길을 걷다 보면 길옆에 반갑게 보이는 나무가 있다. 잎이 동그랗고 반으로 접으면 반달이 되는 맹감 나무다.

망개 나무라고도 불리는데 나무라기보다는 넝쿨처럼 보인다.


어릴 적 할머니는 추석이 다가오면 "맹감나무잎 따러 갈까?"라며 어린 손녀를 데리고 선산 가장자리로 산책하듯 나섰다. 산길에는 산딸기도 있고 머루와 다래도 볼 수 있어서 나는 신이 나곤 했다.

할머니 앞치마 가득 맹감잎을 따면 집에 갈 시간이다. 내 고사리 같은 손에는 산딸기와 앵두가 한가득이 곤 했다.



맹감잎은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먼저 따온 잎은 깨끗하게 씻어서 물 빠지게 채반에 줄 세워 둔다.

먼저 따온 잎은 깨끗하게 씻어서 물 빠지게 채반에 줄 세워 둔다.

추석 전날까진 준비가 되어야 한다.

송편을 찔 때 필요하기 때문이다.

쌀가루를 익반죽 한 후 송편 만들 크기만큼 떼어 동그랗게 빚는다.

동그란 반죽을 두툼한 만두피 빚듯 보름달처럼 펴준다.

준비해 둔 콩소, 팥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설탕 섞은 깻가루 중 한 가지를 한 숟가락씩 넘치지 않게 넣는다.

반으로 접은 후 벌어진 부분을 적당히 눌러 반달을 만든다.

이때 맹감잎이 필요하다.

잎 하나에 송편 하나를 올려 손으로 살짝 눌러 준다.

이런 순서대로 무한 반복해서 양만큼 송편을  만든 후 찜 솥에 올려 쪄주면 맹감잎 송편이 된다.

떡이 쩌지면서 잎이 붙어서 원래 이런 과일이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한 김 식은 후 바나나 껍질 벗기듯 까서 먹으면 참 맛있었다.

더 좋은 건 추석이지만 날씨는 한 여름처럼 더웠고 냉장고가 없던 그 시절에 며칠이 지나도 쉬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맹감잎 송편 쪄지기 전 모습



우리 할머니는 어떻게 아셨던 걸까?

맹감잎에 항균효과와 방부제 역할을 하는 성분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마도 선조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운 지혜였을 것이다.

시중에 망개떡이라고 해서 판매되는 것이 있지만 아쉽게도 어릴 적 먹었던 떡은 아니다.

요즘은 추석에도 송편을 떡집에서 주문해서 먹으니 정말 추억의 음식이고 그리운 할머니 손맛이다.

둘레길을 걷다가 맹감나무를 보게 되면 할머니와 맹감 송편의 기억이 소환된다.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추억들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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