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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지 Aug 29. 2023

쑥 개떡 맛 아시나요?


결이 같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모임이 한두 개쯤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데 23년 1년 프로젝트로 일주일에  한 작품씩 꽃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매달 꽃반장이 있고 매일 그날의 꽃을 소개해 준다.

2월에 꽃반장을 했는데 일찍 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꽃반장들이 새벽에 줌화실을 열어 함께 그림을 그리고, 꽃 소개하는 스킬도 따라갈 수가 없다. 저녁형인 나는 새벽에 일어날 수가 없으므로 권유받았을 때 바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향쑥



오늘 아침에 올라온 꽃은 '향쑥'이었다. 꽃말은 '평화'라고 한다.

쑥을 보니 냉동실에 조금 남은 쑥개떡이 생각났다. 해동 후 쪄서 먹을 생각을 하니 군침이 돈다.

떡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쑥개떡과 호박 설기는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어릴 적에는 쑥을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결혼하고 어머니가 쑥개떡을 쪄줬는데 방금 짠 들기름을 반지르르 발라서 먹으니 담백하고 너무 맛있었다. 맛있게 잘 먹으니 먹고 싶을 때 쩌 먹으라고 얼려둔 반죽을 준다.

가끔 아이랑 별미로 해 먹었는데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봄이 되면 아이들이 먼저 찾는 계절음식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려 음식에 엄청 신경 썼을 때는 쑥을 직접 사다가 삶아 갈아서 쌀가루와 반죽해  직접 만들어 주기도 했다.





작년부턴가 친정 부모님이 봄이 되면 쑥을 캐서 반죽을 만들어 준다. 쑥을 얼마나 많이 넣어서 만들었는지 지금까지 먹었던 떡과는 향과 맛이 달랐다. 다섯 남매들 중 우리 집에서 가장 맛있게 먹는다며 넉넉히 보내준다.

이제는 살림에 손을 놓은 시어머니는 여전히 떡을 좋아한다. 알기에 따끈하게 쪄내 같이 보내준 들기름 발라 가져다 드리면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모른다.



만드는 방법은 아주  쉽다.

물론 쌀가루와 삶아 낸 쑥을 갈아서 농도 맞춰 반죽하는 과정이 빠져서 더 쉬워진 것이다.

TIP) 떡집이나 마트에서  파는 쌀가루로 만들면 쌀 불리고 가는 수고를 덜어준다.

보통 반죽은 되직하게 하는 게 만들기에도 맛도 좋다.

손에 묻어나지 않을 정도의 반죽이 좋은데 물을  조금씩 넣어가면 반죽을 하면 실패 확률이 준다.

찰흙놀이 했을 때의 느낌 정도면 딱 좋다.

간은 쌀 300g당 숟가락 1/3 정도 넣으면 되고, 설탕은 취향껏 100g당 1숟가락 정도 넣는다.

나는 단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설탕은 넣지 않는다.


1. 택배로 보내 준 쑥 반죽이 적당히 녹아서 도착한다. 반죽을 한 번씩 먹을 만큼 나누어서 냉동한다.




2. 먹고 싶을 때 냉장실에서 해동 후 만들고  싶은 크기만큼 떼어 동글동글하게 만든다.





3. 동그라미 반죽을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1-2센티 정도 두께로 둥글넓적하게 빚는다.




4. 찜 솥에 물을 올리고 빚은 떡을 서로 붙지 않게 올려 10-15분쯤 쪄낸다.




5. 한 김 식으면 들기름 또는 참기름을 넉넉히 발라 맛있게 먹는다.




이 떡은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쑥과 기름향으로 먹는 담백한 음식이다. 내 음식 취향과 잘 맞아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엄마가 반죽을 보내주시니 훨씬 쉽게 먹을 수 있어 좋다. 부모님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봄마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아들 딸 모두 잘 먹어주니 부모님도 좋아한다. 원래 음식 만드는 사람은 먹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


언젠가 양가 부모님이 곁에 없는 날이 오더라도 봄이 되면 쑥개떡과 함께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이  떡을 보면 나를 그리워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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