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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 Sep 22. 2024

<장마글방>
범람

한계를 넘어서 보는 일

한계를 넘어서는 글쓰기에 대해 여러 날 고민 중입니다.

경계를 넘어선 글쓰기란, 나의 글쓰기의 한계를 넘어보는 것일까요, 

아니면 내가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 도전을 해본 이야기일까요?


지난달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프리 다이빙을 해보았어요.

처음부터 프리 다이빙을 배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스킨스쿠버를 어릴 적부터 동경하였으나 폐쇄공포가 있는 나는 캄캄한 바다가 무서웠기 때문에 스킨 스쿠버는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하지만 난 언제나 바다에서 고래와 만타레이를 만나는 꿈을 꾸며 살고 있어요.

그리고 고래상어를 우아하게 만나려면, 역시 프리다이빙을 배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것도 이런저런 이유로 늘 뒤로 미뤄둔 계획이었어요.

돈이 많이 들 거야, 다이빙 수영장은 너무 멀리 있어, 그리고 나는 폐쇄공포로 어쩌면 깊은 물엔 못 들어갈지도 몰라..

그러다가 자의 반, 타의 반 살짝 등 떠밀려서 프리 다이빙을 배우게 되었어요.


사실 무엇이든 시작하기 위한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 일이 더 쉽잖아요.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수십 가지 (혹은 끝없이) 늘어놓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그런 이유들은 모두 이유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걱정과 고민을 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일단 시작하는 것에 집중을 합니다.

시작을 해보아야지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아닌지, 계속해야 할지 멈춰야 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이 마음을 저는* 츄라이 츄라이*라고 이름 붙여 부르고 있습니다. 


아무튼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전 프리 다이빙 입문을 위한 5m 수영장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문득 폐쇄 공포를 깊은 물에서 느낄까 봐 겁이 났어요

하지만 아주 잠시만 망설이고  츄라이 츄라이의 마음으로 우선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깊은 물속으로 숨을 참고 한 땀, 한 땀 내려갈 때마다 숨을 참고 감압을 위한 모든 노력에 정신이 한 번씩 혼미해졌지만 두려워했던 공포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요.

다이빙을 하면 할수록 이건 기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물속에서의 명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 고요한 물소리의 평화로움에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다이빙에서는 버디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버디는 함께 다이빙하는 친구를 이야기하는데요, 다이빙에서의 버디는 그냥 친구가 아닌 내 목숨을 맡기고 내가 그 친구의 목숨도 책임진다는 무거우면서도 소중한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프리 다이빙은 절대 혼자 하지 않고 늘 버디와 함께 해야 한다고 합니다.

물안에서 따로 다이빙을 하고 움직이다가 물에 올라올 때는 꼭 물 안에서 만나 서로의 상황을 살펴보며 올라와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물 밖에서 숨이 정리되면 괜찮다는 오케이 표시를 할 때까지 서로의 안전을 확인해 줍니다.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무엇이든 함께해야 오래, 멀리 갈 수 있다는 것.

전 4년 동안 함께 훌라를 춰온 태수가 내 인생 첫 다이빙의 버디가 되어주었어요.

함께 오래도록 옆에서 춤을 춰온 사이여서 몸짓만 보아도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는 기분이었어요.

그 후로 태수와는 특별한 표현은 서로 안 하지만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숨을 참는 일은..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아!!! 이런 생각이 들어버려서 5m까지만 다이빙을 하고 더 깊이 들어가는 일은 포기했습니다.

역시 나라는 사람은 한계를 극복하기보다는 내 한계에서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나란 인간을 한 꺼풀 더 알게 되었어요.

나는 그냥 1분 40초, 수심 5m의 숨 안에서 고래상어와 만타를 만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이렇게 쓰다 보니 나에 대해, 나 사용 설명서라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네요.

독서도 읽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장해 가지만 그 또한 써보니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쓰다 보면 확장하여 다음 이야기, 옆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싶고, 나의 이야기를 벗어나 사회적으로 이야기를 확장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언젠간 그러하겠죠.

그래서 쓰고 싶은 이야기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어요.

*

밤섬을 부수어서 그 흙으로 만든 섬, 여의도.

일제강점기에는 비행장이었다가, 금융의 중심지이기도 하고, 매일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정치 일번가.

하지만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내 나이보다 늙어서 수도관이 터지고 외벽이 뜯기는 것이 늘 관심사인 그런 동네 여의도 이야기

아무튼 여의도

*

지난 이십오 년은 빠르게 영화와 드라마의 포맷이 바뀐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필름으로 찍은 마지막 세대이며 디지털, 4D, 스크린엑스, 그리고 오티티를 넘어 일인미디어까지.

김해인 씨의 25년 촬영 기록은 개인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그 목록을 따라가면 미디어의 변천, 사회의 변화가 눈에 보이기도 하거든요. 전 늘 김해인의 영화 일대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방대해서 쉽게 시작할 순 없지만 언젠가는 말이죠. 

이십오 년 차 프리랜서 영화인 김해인의 이야기

직업을 있지만 직장은 없습니다.

*

리듬감도 없는 내가 4년 동안 훌라를 추며 페스티벌 레이디는 못되어도 미세스 페스티벌이 되어 제주도 함덕 페스티벌 무대에서 훌라를 추기까지의 우당탕당 여정

나를 위해 훌라


난 한계를 넘어서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내 한계를 극복하며 이 세 가지 이야기는 차근차근 잘 써서 출판사에 개인 투고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어떤 분은 120 군대 투고를 해서 책이 출판되었다고 해요.

그분의 집요한 용기에 감명받아 저도 은근한 용기를 또 끌어내어 봅니다.

가을에는 글을 써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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