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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 Sep 26. 2024


<나의 브랜드 도전기>

3화. 그들은 이제 희망을 심는다.



지금은 모두들 치앙마이 하면 예쁜 카페와 좋은 커피를 떠올리지만 

아빠를 찾아서 치앙라이를 오가던 시절만 해도 이제 막 태국에 커피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지던 시기였다.

이빠를 찾아서,라는 표현은 조금 우습긴 하지만 엄마와 나에게 아빠란 , 늘 찾아야 하는 존재였다.

역시 한없이 이상하고 또 이상한 사람.


태국 북부와 라오스, 미얀마를 연결하는 국경지역에는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그 지역은 오랫동안 쿤사의 마약 왕국으로, 전 세계로 유통되던 아편의 50% 이상이 만들어지던 곳이었지만 태국 정부와 국제 사회의 오랜 노력으로  어둠의 시절을 청산하고

 아름다운 그 산간지역은 차밭으로 다시 태어나 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빠를 따라 산속 구석구석 차 밭을 다니며, 이제 이들은 희망을 심기 시작하는구나.. 그들의 표정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큰 딸 주희가 4살 때 방문한 어느 차 밭에서는 고산족 청년이 갓 생산한 차 한잔을 우려 주면서 아이를 위해 차에 꿀을 타서 주기도 했다.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하던 마음들에 언제나 크고 작은 감동을 받곤했다.




아편공장에서 차 밭으로 다시 탄생한 도이메싸롱 101



태국 북부의 산속에는 구석구석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마을들이 있는데

 아카족은 태국의 고산족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마을을 일구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깊은 산속에는 중국 사람들이 좋은 차를 구하기 위해 몰려오곤 하는 곳이라고 했다.

복잡한 역사가 얽혀서 중국으로 돌아가지도, 태국에 섞여 살지고 못하는 사람들도 그 산속에서 살고 있었다.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는 무역로로 사용되었다는 차마고도의 길목이었던 한 마을에서는 여전히 말이 실어온 보이차와 안장이 놓여 있기도 했다.

그 당시 아카족은 주로 고산지대에서 야채를 경작하며 살았지만 지금은 아카족도 커피를 재배한다.

이제는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 아카아마는 아카족이 재배하는 커피라고 한다.


보이차가 실려있는 말의 안장




그리고 우리에겐 흔히 목 긴 부족, 롱넥 부족으로 알려진 카렌족의 마을은 

내가 다녀 본 그 어느 마을들보다 슬펐다.

목에 링을 끼워 목을 길게 만드는 것은 한눈을 팔지 말고 남편만 바라보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더 슬픈 건 부정을 저지른 여자는 목에서 그 목걸이를 빼버린다는 것이다.

이미 관절이 다 빠지고 늘어난 목은 목걸이를 빼는 순간 목을 가눌 수 없어서 목이 꺾인 채 죽어간다.







말도 안 되는 이런 잔인한 문화를 듣고 있자니 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특별한 돈벌이의 수단을 가지지 못한 카렌족은 어릴 적부터 당연스럽게 관광상품으로 키워지고 살아가고 있었고 결국 이 아이들도 그들의 엄마와 같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 지나가는 이방인일 뿐인 나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 걸까.. 

한없이 혼란스럽고 슬퍼졌다.




카렌족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다양한 마을들을 돌아다니다가 마을 전체가 커피 생산을 하는 마을을 방문했다.

그 마을은 태국 정부에서 국가적으로 키우고 있는 도이창이라는 브랜드 커피를 생산하는 마을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나는 지금까지도 내 머리속을 늘 따라다니는 문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 문장을 읽던  순간. 나는 무엇이든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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