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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한 편의 시

by 모루

나주

김 모루

나주에 갔다

능 주변의

너른 들판에는

공허한 바람만 지나가고

천오백 년 전

매장된 주검들 앞에 서니

내 뒤를 숨 가쁘게 쫓았던

죽음의 그림자가 보인다

밤은 낮 뒤에서

비밀을 아로새기고

역사는 유적 안에서

영면하듯이

떼어낼 수 없는

연의 궤짝을 두른 채

비사를 간직한

잊힌 인물들

고대 금성의

윤색된 유물에는

진실의 조각들만이

흩어져 있었다

그 빈틈을 메우려고

한을 달래듯이

봉분 주변에는

회오리만 맴돌고

고요는 점점 쌓이고

밤의 적막은 깊어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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