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리
사계명사 (沙溪明沙)
대양(大洋)에서 부는 억센 바람이
산세에 둘로 갈라져
동쪽 마을에 다다르니 종달리요
서쪽 마을이 사계리다
사방이 평야라 바람이 하도 거세어 밀감은 키울 수 없고
땅의 기운을 의지한 당근과 마늘이 풍성하다
굴 동네*에서 구워 낸 허벅과 병(甁)으로
식수를 길어* 오 리를 등에 지어 나르던
제주 아낙들의 고된 삶에서
자냥 정신이 온당하게 자란다
남쪽으로는 태평양이 펼쳐지는
언덕처럼 지대가 높은 땅에는 거친 바람에
말소리가 와글와글 들릴지라도
너른 들의 풍요로움을 이길 수 없다
윤슬 빛에 눈 부신 바다 사이로
외롭게 갈라진 형제 섬이 그림자처럼 보이는
사계리에는 우뚝 솟은 산방산이 그 기세를 뽐내고 있다
*굴 동네 :기물(器物)을 구웠던 요(窯), 가마터
*정헌영해처감록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