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하늘

성읍리

by 모루

위험한 하늘




비구름 잔뜩 덮인

습윤의 마을

늘 그랬듯 스산한 기운에

볕이 보였다 말다 반복하더니

내리는 안개비


이끼 낀 돌담이 운치스럽지만

삶은 척박하고 고되어

물 구하기 어려웠고

곤밥 먹기 힘들던 시절

좁쌀 밥으로 끼니 때우고

꿩이나 노루 잡으면 잔치 벌였던 성읍리


탐라에서 고려로

탐라군에서 탐라총관부로

조선 전라도 제주목으로

수없는 육지의 간섭과

왜구의 약탈 속에

무늬를 잃어버린 시간들


육백 년 넘은 느티나무 한 그루

쇠 지팡이에 기대어 삶을 지탱하듯

괸당들이 서로의 마음 다독이며

육지 것들은 마음속에서부터 밀어냈던

제주의 속 사정을 그 누가 알까


목호의 난으로 서슬 퍼런 최영의 칼날에

백 년간 동조하다 베어진 민심

개국으로 문을 연 조선이란 나라는

세 개의 현 중에서 동쪽에 정의현

성읍을 조성하여 다스리더니


일제강점기에 전초기지로 바뀌고

해방 후에는 폭도들의 섬이란

오명으로 전락하여 중산간에서

지슬 먹으며 견디다 못해

일본으로 도망간 제주 재일교포들


살아남은 제주민들은 빨갱이라 고개를 못 들고

소리 없이 산 세월 말로 다 표현 못하리

유신정권 지나 감귤 농사로 살림살이 펴지고

세계자연유산 선정으로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나서

땅값 치솟으며 살고 싶은 곳으로 선정되더니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이냐 반대냐로

온평리에서는 제2공항 개발이냐 보전이냐로

선주민과 정착민간의 갈등에서부터

해루질을 놓고 해녀와 해루질 동호회까지

바람 많아 바람 잘 곳 없는 섬


드넓은 바다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광활한 목초지처럼

큰 언덕의 절벽에 부딪힌 파도에

부서지고 잘게 갈린 몽돌처럼 단단해지는 곳


성읍을 걷다 보면

그들의 긴 한숨과 절규와 고통의 몸부림이

올레 여기저기서 울려 퍼져서

괜한 하늘만 넌지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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