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정규직과 비정규직

'나'는 시인입니다

by 모루

지금은 비정규직을 선택했다는 말이 멋있게 들린다. 본인의 특성에 맞춰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고 또 선진화된 방식일 수도 있으니까. 비정규직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한 가지 일 이외에도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기에 재택 근무하기에도 유리하다. 언컨텍트 시대엔 더더욱. 하지만 코로나 발병 전의 이러한 업무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회사의 입장에서는 강사들을 주 3일은 출근시켜야 했다. 명백하게 말하자면 출근은 아니지만, 새로운 교재 교육이나 콘퍼런스 참석 등으로 애 돌려 말하며 국장과 오전에는 얼굴을 맞대고 회원관리 상황을 점검하는 일대일 면담이 필요했다.

먼 나무 열매

일대일 면담은 대부분 강사들이 부담스러워했지만 (그로 인해 사무실에 오기 싫어하는 강사들도 있었다) 대부분 강사들은 잘 참석해 주었다. 하지만 강사들의 깊은 내면에는 일종의 반발심이 있었는데, 수수료율의 인하로 수입에 타격을 받은 몇 달 전의 사건과 전일강사에 대한 예우가 그것이었다. 전일강사의 수수료율은 자신들이 처음 본사와 맺은 조건과 일치하거나 정규직으로 가는 발판이었기에 왜 같은 강사인데 차별하는 것이냐며 뒤에서 얘기가 돌았다.

이러한 상황은 국장보다는 전일강사들에게 더 큰 피해로 다가갔다. 그들은 강사들과 같은 비정규직이지만, 매일 출근해야 하는 정규직 역할을 부담하면서도 순증에 대한 강박감과 강사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교재 창고를 정리하거나 강사들이 외면하는 지역에 나서서 지역을 개척하는 일도, 강사들 땜빵도 해주는 등 잡다한 일을 하면서도 자기 지역 관리 또한 철저해야 했기에 강사들보다 더 스트레스가 심했다.

밤바다

S 강사는 없는 말수에 더욱 말이 줄어들어 마치 그림자처럼 보였다. 게다가 순증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부터 전일강사에 대한 기대가 흔들렸던 것 같았다. 반면에 P 전일강사는 강사들의 시선에도 내색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 역시 S 강사와 같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순증을 해내지 못하면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넓은 지역에 몸은 점점 피곤해지고, 수업에 본인 성과에 본사 목표에 맞게 효율을 올려야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전일강사들은 고립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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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본사의 C 부장의 계략이었고 그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는 수치로 차츰 멀어지면서, 전일강사들도 일반 강사들과 같이 불평불만을 가지고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회사의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물을 붓듯 국장인 나 역시 본사의 정책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판단이 서자, 말이 통하는 국장들과 사업 전반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잦아졌다. 본부에 있는 C 부장은 이를 감지하고 각 국장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찍힌 몇몇 국장들은 매월 사장과의 지역국 회의 시간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장이 있는 자리에서 C 부장으로부터 갈굼을 당했다. 정확한 사실을 보고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히면서 사장은 점점 눈과 귀가 흐려졌고 오히려 C 부장에게 사업의 전반적인 성과를 맡기며 더욱 의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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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는 기존의 영업 루트, 즉 전국의 지사장들이 있었는데 이들도 교육사업에 대한 성과여부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처음과는 다르게 기대치 이하의 성과가 부진하게 되자, 사장과 지사장들의 면담을 통해 그들의 입지를 다져가며 교육사업을 압박하였다. 말하자면 회사에서 세운 두 개의 루트는 불안정하며 기존의 영업 루트를 본사에서 계속 지원해야 본사의 미래가 보장될 거라는 얘기였다. 여기에 교육사업본부의 C 부장은 지사장들과의 보이지 않는 알력다툼에서 밀리지 않게 위해 목표를 더 높여서 각 지역국의 목표를 강조 또 강조하며 지역국장을 조여댔다. 또한 국장 라인들을 관리하며 자기편에 선 자와 불평하는 자로 구분하여 따돌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잘 나가던 한 지역국장이 퇴사하게 되면서 C 부장과 각 지역국장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작은 균열이 눈에 불거지며 C 부장의 입지 또한 흔들리게 되었다.

KakaoTalk_20230301_175129755_15.jpg 균열



그쯤에 나는 사무실에서 빌딩 틈으로 내보이는 강남의 파란 하늘이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잦아졌고 나도 스스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미묘한 흔들림은 나보다 세상을 더 많이 산 강사들의 눈에 감지되었고 나를 일정한 선에서 거리 지으며 다가서지 못하게 막던 강사들이 그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대화였다. 진정 한 사람을 위한 위로의 말들. 그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도 아닌 국장과 강사라는 왜곡된 타이틀에서 벗어난, 순전한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따뜻한 입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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