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먼저 온 미래 - 장강명
우선 이 책은 정말 흥미 있게 읽었습니다.
원래 바둑을 잘은 모르지만, 어릴 때 체스는 좋아했고, 바둑, 장기, 체스 등은 아니지만, 전략 컴퓨터 게임(문명 시리즈)도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알파고 이후 바둑기사들을 인터뷰를 중점으로 인공지능을 받아들이는 중심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조금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고 제목에 적은 이유는, 저는 그동안 우리 클럽에서 독서 토론을 하면서, 기술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의 인공지능의 발전과 활용을 막는 것은 과거의 산업혁명의 러다이트 운동처럼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바둑기사들의 절망감도 인상 깊었지만, 무엇보다도 작가 스스로도 "계속 문학의 영역에서 알파고가 나온다면, 자신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라고 솔직하게 적은 내용들은 처음에는 조금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기술을 잘 모르는 인문계 분들의 착각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생계는 중요한 문제지만 특정 직업에 고고함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 왔거든요. 그래서 패배를 겪은 바둑기사들은 그렇다 쳐도, 작가의 경우 문학에 대해서 쓸데없이 숭고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기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인문학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가장 고귀한 지능활동이다 처럼 받아들여져서 조금은 오만하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근데 돌이켜보니, 어쩌면 제가 인공지능 개발자, 연구자라는 직군을 가지고 있기에, 사실 내가 오만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나 개발자들도 요즘 빅테크에서 채용이 안되고, 컴퓨터 전공 대학생들도 신입 채용이 모두 막히는 현실에서, 제가 운 좋게 경력자로서 업계에 남아있으니... 다른 직군, 다른 업계 분들의 두려움을 우습게 여긴 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네요. 다만 책의 마지막에 가서 '개인적으로 나는 다음 시대의 탈것이 전기차가 아니라 자전거가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라는 작가님의 생각에는 여전히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그 문장에 담긴 의미가 과거회귀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가치와 삶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과, 기술 만능주의 경계하자는 뜻인 건 알지만, 경제가 풍족해져야 기술, 학문, 문화직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AI로 인해 직업 자체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건 저도 두렵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모든 인류가 동의를 하지 않는 한 우리만 기술 발전을 늦출 수 없다는 것도 현실입니다. 조선시대 때 성리학을 중심으로 농본을 앞세운 그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조선 말기에 우리 민족 모두가 겪었던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기술혁명은 언제나 직업들을 없애왔습니다. 농업혁명이 나며 기존의 수렵, 채집인들은 소수만 남고 모두가 하루 종일 땅만 일구는 농사꾼들이 되었고, 산업혁명이 나며 반대로 대다수 농민들이 땅을 잃고 공장 노동자로 전락했죠. 그러나 농업혁명 이후 농산물 생산이 어느 궤도에 이르자 다시 상업 및 문화가 발전하며 학자, 과학자 직군이 생기며 그들이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산업혁명도 어느 궤도에 이르자 여러 사회운동가들이 나오며 인류의 복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쟁도 일어나고 수없이 많은 희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인류의 인권을 생각해 온 수많은 사회운동가들의 중요성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AI를 경고하는 사람들은 그 과정을 반복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일 테죠. 그러나 저는 슬프게도 그 과정은 결국 또 반복될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하필 우리가 그 변화시기에 살고 있어서 저를 포함한 모두가 그 희생에 희생양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흐름을 타고 생존과 적응할 방법을 고민해야지, 그 흐름을 거스르려고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나보다 먼저 적응한 사람들이 결국 내 자리를 뺏으러 올 것이고, 우리나라보다 먼저 적응한 국가가 우리의 먹거리를 뺏으러 올 것인데, 그들에게 고고하게 인간 본연의 가치를 되살리자 외친들 약자의 헛된 비명에 불과할 것입니다... 다만 적어도 우리가 남들을 것을 빼앗지는 않아야겠죠.
저자: 장강명
출판사: 동아시아
출판일: 2025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