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통한 에너지 순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알아가기
오늘 평소에 익숙해서 자각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한번 더 볼 수 있었다.
'비우기'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물건을 버리지 못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어머니'는 평생을 함께 살아왔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비워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정체되어 있는 에너지를 순환하는 과정이다. 꼭 버려야 할 필요는 없다. 나에겐 필요 없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기에 '나눔'을 통해 에너지를 순환할 수 있다.
캐나다로 오기 전, 나는 내 물건들을 대거로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옷, 책, 신발, 가방 등 한 동안 쓰던 물건들을 싹 비우고 정리했다. 그중에서도 '책'. 초등학교 때부터 버리지 못한 책들이 많았다. 그 책들을 전부 나눔 하고 왔다.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더 이상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심지어 들여다보지도 않으면서 괜히 버리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신기하게 그 책들을 나눔 하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나에게 더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그날따라 먹고 싶었던 '초코자바칩프라푸치노'를 먹을 기회가 생겼고, 필요했던 작은 '물통'이 생겼다. 다 중고거래 '나눔'을 하는 과정 속에서 생긴 '행운'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책들을 왜 버리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에너지가 정체되어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또 그 순간이 찾아왔다. 3년 이상 사용해 왔던 스마트워치가 고장 난 것이었다. 이전부터 휴대폰 '무음'설정을 해왔었던,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했던 나에게 '스마트워치'란 그야말로 내 몸의 일부였다. 가끔 놀러 갈 때나 시험을 응시하러 갈 때, 일반 시계로 바꿔 착용하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허전함을 느끼곤 했다. 그런 스마트워치가 고장이 났다. 만 3년 반정도 사용했으니 사용할 만큼 했다고 본다.
이상하게 이 스마트 워치를 버리지 못하겠다. 몇 번 정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켜보려 재시도했다. 작동될 리가 없었다. 진짜 버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생활할 때, 고장 난 전자기기들을 버리지 않고 작은 상자에 담아 보관하곤 했다.
오랜 시간 나의 몸처럼 함께 했던 물건이라 그런 걸까?
보관한다고 해도 어디 사용할 것도 아니면서 괜히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비우기', 막상 실천하려니 어렵다. 그렇게 책상에 올려둔지만 3일째다.
이 스마트 워치와 이제는 진짜 인사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버리기', '비우기'를 더 잘하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내 방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았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 내 욕심으로 인해 버리지 못하는 자료들이 또 하나씩 쌓이고 있었다. 참고로 나는 '자료', '책'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캐나다에서 생활하지 이제 3달 남짓 넘어가는데, 벌써 쌓이기 시작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내 습관으로 인해 '에너지가 정체되는 것'이 패턴화 되고 있던 것이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저자 곤도마리에는
버리기는 공간을 오직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이로운 것들로만 채우기 위해서 나머지 없어도 좋을 물건들을 덜어내는 과정이라고 했다. 과거에 나를 행복하게 해 줬던 것들은 이제 놓아주고 현재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로 새로 채워주기 위해 '정리', '비움'은 필요한 과정이다.
방을 정리하는 과정 또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내가 어떤 물건을 좋아하는지?
어떤 물건이 꼭 필요한지?
어떤 물건은 없어도 괜찮은 물건인지?
끝없는 물음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물어보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내 행복과 더 가까워진 삶을 살게 되고 '나'에 대해 더 많이 배우는 시간, '나'와 가까워진 시간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