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으로 갈아입은 손님이 입었던 옷을 카운터로 가져와 계산대 옆 선반으로 툭 던진다. 새 옷을 포장해서 가져가는 손님도 있지만 재빠른 변신을 원해서 갈아입고 가는 사람도 간혹 있다. 누군가 입었던 옷을 포장하다 보면 몸에 걸치고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옷의 모습을 보게 된다.
형태도 변형된 옷 모양을 보다 보면 이것이 좀 전까지 입고 있던 옷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입을 땐 이러지 않았을 것 같은데 누추하고 헐렁해진 옷을 담다 보면 바람 빠진 풍선을 보듯 측은해진다. 그 사람의 겉모습을 꾸며주고 그 사람을 증명하던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을 땐 드러나지 않았을 부분을 보게 된다. 육체가 빠져나온 옷은 허깨비가 되고 만다. 어디에 내놔도 쓸모가 없을 것 같다. 누군가와 결부되었을 때, 잡고 있던 손을 놔버리고 홀로 떨어졌을 때처럼 처량하고 쓸쓸해 보인다. 떨어져 나간 것들이 다 그러진 않을 것인데. 마치 탈피한 곤충의 무용한 허물처럼 애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