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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구 Jan 25. 2023

엄동설한에 띄우는 편지

( 나는 의류업을 합니다 )

추운 날이네. 

빙하기 때 불었을 법한 바람이 지표면을 얼어붙게 하네.

간 밤에 눈이 내렸는지 길가로 몰린 눈도 얼어붙었네.

아침에 '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생각했네. 세상 이치가 맘먹기 달렸다지만 어찌 그리 쉽겠는가. 

원효대사가 타는 갈증을 해소하고 다음 날,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에서 깨달음을 얻고 정진 수행했듯이 내게도 한 모금의 물 같은 문장이 나를 깨치면 좋으련만 면면상고(面面相顧)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있을 뿐이네.

한쪽에 쌓여 얼어있는 눈은 봄이 오면 녹겠지만 맘속 응어리진 것은 쉽게 풀리지 않네.

어려운 순간을 모면한 후라든지 처한 상황이 개선된 다음이라면 모를까. 

어두운 감정에 드리운 그늘을 따스한 빛 속으로 데려오기가 쉽지 않네. 

들어서 옮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람의 감정이란 묘한 것 같아. 변덕스럽고 가벼운 것 같아도 어느 한 구석에선 천근처럼 무겁기도 하니 말일세.

수학이나 과학처럼 수치로 보이거나 증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동요는 있으나 형태도 질량이나 부피를 따질 수없으니 말이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처럼 산화되기도 환원도 되겠지만 언젠가 연소되기도 하겠지.

살아가면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겠지만 꼭 그렇게 살기는 어려울 것 같네. 시간이 흐른 후에그 함의를 알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말일세.

얼어붙은 대지와 산을 보면서 사진 같다는 감상에 잠시 젖네

잃을 것도, 잃어버린 것도 없는데

자꾸 아쉬움이 남네


건강 잘 챙기기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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