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류업을 합니다)
나는 요즘 넷플릭스를 안 본다. 콘텐츠마다 새로운 작품이 올라오고 신작도 개봉하지만 보고 싶은 것을 못 찾아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 관둔다.
이런 선택 장애(?) 증상이 나타난 이유는 순전히 계엄 때문이다. 생각의 영역에 머물던 것이 갑자기 실제가 되어 나타나면, 그로 인한 충격의 여파는 길고 오래 나타나는 것 같다. 작년 12월 3일 발생한 계엄 이후 나는 뉴스를 열심히 봤다. 뉴스는 마치 드라마 같았다. 윤석열과 이재명이 주연인 이 드라마는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로 시작하여 `피고인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문형배 헌법 재판소장의 판결문으로 끝났다. 여기까지가 시즌 1이다. 그리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시점까지를 시즌 2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봤다. 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는 mbc나 jtbc를 주로 보고 종편도 봤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자주 생겼다. 모든 기사가 연속성을 띈 것만은 아니어서 드라마의 특성인 스토리의 개연성이 끊기는 경우가 생겨서 나름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의문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찾게 된 것이 유튜브였다. 유튜버들은 유쾌하고 직설적이며 명쾌했다. 사건을 추적하는 사람들이 여럿 출연해 다양한 재미가 있고 내가 의문시하는 지점을 의외로 쉽게 정리해서 알려줬다. 끊겼던 스토리가 연결되어 다음 회차 드라마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요즘은 지낸다.
선악 구도의 많은 드라마가 주인공과 대척점에 선 빌런에 의해 재미가 배가된다.`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그렇고,`범죄도시`에서 매를 벌던 윤계상이 화장실에서 마동석에게 두들겨 맞을 때는 시원하다 못해 통쾌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드라마는 이재명이 주연이고 윤석열이 빌런이다. 빌런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중 아내 역의 김건희도 앞으로 막장의 한 부분을 담당할 것이다. 드러난 혐의가 많아서 입증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 한 번도 공식적인 출연은 하지 않아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사뭇 궁금하다.
시즌 2가 `내란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으로 진행되면서 법리에 따라 순조롭게 끝나버릴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길어진다. 거기에는 어김없이 `빌런 윤석열`이 있다. 윤석열은 `내란 특검`의 조사도 거부하고 구치소에서 변호사를 통해 `피서 접견`을 하며 특혜를 누리다 `김건희 특검`과 마주한다. 역시 `김건희 특검`도 조사를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지만 윤석열은 완강히 거부한다. 결국 체포영장을 통해 강제 구인하려고 시도하는데 속옷만 입고 누워서 시위하며 거부했다고 한다. `빌런 윤석열`에게 어울릴만한 행동이지만 무례하고 파렴치하고 추해서 볼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장면을 두고 이제 막 민주당의 대표로 등장한 정청래의원은 "그래도, 커튼이나 담요로 둘둘 말아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라고 내란 종식을 위해 끝장을 보겠다는 자세다. 정청래와 윤석열 두 사람 모두 `강대강 `이라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더구나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어떤 빌런 보다도`빌런 윤석열`은 최악이다. 계엄 후 그의 행보는 사악함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온갖 꼼수도 마다하지 않았고, 체면도 위신도 염치도 없는 사람이다.
드라마 속의 빌런역은 항상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그려진다. 자신만 살아남으면 다시 할 수 있다는 사고로 행동하기 때문에 자신의 편을 과감히 버리기도 하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그 역은 자신이 선이고 방해하는 모든 것들은 악으로 간주하기에 가능하다.
윤석열이 저지른 죄 중엔 아내 김건희와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 둘이 죄를 마주할 때 과연 누가 마지막 빌런역을 맡을까. 기다려지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