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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레빗 Feb 21. 2017

[한줄로 보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영국판 각시탈, '복수'라는 축제에 낭만적인 춤이 빠질 수 없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 한줄평 





1. 영국적인 ‘젠틀맨’ 히어로.



2. 히어로 무비의 깊이는 악당이 완성시켜준다.



3. 메시지를 제일 먼저 찍어놓고 만든 영화 : 메시지의 강력함이 나머지를 잡아먹다.







[ 영화 <브이 포 벤데타>한줄평 세부 설명 ]


1. 영국적인 ‘젠틀맨’ 히어로.

  

  영국의 대표적인 히어로들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셜록>의 셜록 홈즈, 영화 <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해리 하트, <브이 포 벤데타>의 브이 이렇게 세 가지의 다른 영국의 히어로물을 먼저 보겠습니다. (참고로 <브이 포 벤데타>나 <킹스맨>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주목할 점은 히어로의 캐릭터성으로 한정짓겠습니다.)


[ 영국의 대표적인 히어로들 : 셜록 홈즈, 해리 하트, 브이(왼쪽 가면) ]

영국 히어로의 특징이라고 하면, ‘귀족적’, ‘위민적'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귀족적인 히어로

  영국의 대표적인 히어로 세 명은 공통적으로 귀족적인 면모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민중’들에게 다가가는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미국적 히어로의 대표인, <엑스맨>, <어벤져스>나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 등을 보면, 비현실적인 만화 캐릭터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코스튬부터, 초능력을 사용하는 등, 현실 세계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성으로서, 영웅만의 ‘따라할 수 없는’ 고유한 영웅적인 면모를 잘 드러냅니다.


 반면에 영국의 히어로들은, 현실적입니다. 킹스맨의 해리 하트나, 셜록의 셜록 홈즈, 벤데타의 브이 모두 화려한 액션을 펼치거나 추리를 하거나 등등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특유의 긴박감을 주지만, 현실에 없을 법한 기괴한 초능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영웅은 그 특성상, ‘따라할 수 없어’야합니다. 그만의 차별적인 색깔로서 추종자들(팬)과 차별화되는 것이죠. 이런 차별의 지점은 바로 귀족적인 면모에서 나타납니다.


 영국은 서구문화를 통틀어 가장 찬란한 ‘글을 쓰는’ 서술의 문화에 있어서 뛰어난 역사와 그에 따른 높은 문화적 자부심을 가지는 국가입니다. 영국의 문화적 자부심은 문학이면 문학, 셰익스피어와 같은 고전 극을 바탕으로 하는 수많은 뮤지컬, 연극 등 고전 문학의 꽃이라고 인정받는 데서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적인 히어로들과 다르게, 슈퍼카, 화려한 빌딩, 억만장자와 같은 ‘모던하고 소비지향적인’ 히어로가 아닌, 교양에 박학다식하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서 돋보이는 품격있는 '고전적이며 귀족적인' 모습으로 주로 등장합니다. 


[고전적인 품격을 보여주는 브이의 새도우 갤러리(아지트)]

                                  

  그리고 또다른 공통된 특징은, 바로 이러한 문화적 교양을 유감없이 떠벌일 수 있는 ‘수다스러움’의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말을 아끼는 젠틀맨 히어로라기 보단, 쉴 새 없이 교양적이건, 가르치는 얘기건 간에 말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습니다. 이런 연극배우같은 면모를 통해, 문화적 자부심을 가진 귀족적 히어로라는 면을 부각시키서, 차별화를 합니다.  


2) 위민적 (민중 지향적)인 히어로


  위민적이라는 말은 곧, 민중을 위한다라는 의미입니다. 귀족이 자신의 높은 권위를 내려놓지 않고, 으스대기만 한다면, 히어로의 기본적인 자격에서 이미 탈락입니다. 히어로는 항상 일반 평범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지켜주는 이미지여야 합니다. 관객들은 이런 이미지를 보면서, 저 히어로는 우리를 지켜주고, 우리를 위해주는 구나라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응원하게 됩니다. 


  <브이 포 벤데타>나 <킹스맨>, <셜록>에서 히어로는 기본적으로 이런 위민적인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줍니다. 어느정도 거리감이 있는 듯한 행동이나 말을 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우린 다르지만 그래도 너희와 비슷해!’라고 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누구나 다 젠틀맨이 될 수 있어.'







2. 히어로 무비는 악당이 완성시켜준다


  <브이 포 벤데타>의 아쉬운 점은 매력적인 주인공 브이의 설정에 비해 악당의 깊이나 설정이 얕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의 깊이만큼 악당 역시 깊이가 있어야 진짜 명작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악당은 앞서 말한 히어로를 정의하는 것의 딱 정반대입니다. 쉽게 말해,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아 저 악당은 우리를 해칠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데서, 시작합니다.


  선을 행하는 주인공 히어로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지켜야할 강한 신념이나 정의관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히어로물이 단순히 만화적 세계관을 넘어 명작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악당의 악행에도 이만큼의 뿌리 깊은 신념이 있어야합니다.


[ 배트맨의 '불살(不殺)'이라는 신념을 깨버리기 위해 자길 들이박으라고 외치는 조커]

  악당들의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가 단순한 경우나(단순히 재밌어서와 같은) 혹은 그렇게 악의 길로 빠지는 이유가 설득력있게 제시되지 않으면, 이 악당의 깊이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히어로 영화는 단순히 권선징악의 아동용 만화 속 세계로 쪼그라들게 됩니다. 진짜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은 유명한 악당들은 단순히 얼마나 가학적인 면모를 보여주거나, 피도 눈물도 없는 악행을 저지르느냐 보단, 그 캐릭터가 가진 신념의 깊이에 더 좌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악역으로, <다크 나이트>의 조커<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헬무트 제모와 같은 악당들은 자기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소위 말하는 ‘큰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자기 목숨쯤 내다버려도 좋다는 식의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에 충격을 먹고 각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부는 설득되기도 하는 것이죠.


[ 강력한 괴력을 가지지 않고도, 신념만으로 히어로를 가장 벼랑끝까지 몰고 가는 악당들 : 조커, 헬무트 지모 ]


  이에 반해, <브이 포 벤데타>의 악역들은, 강력한 빅브라더형 통제체제를 구축한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강한 특유의 캐릭터성이나 강한 신념을 드러내주지 못합니다. 악당들이 자신의 권력과, 자신의 한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망가지는 모습들은 대리만족적인 쾌감을 줄 수는 있지만, 그만큼 악당의 그릇이 크고 깊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게 됩니다.  대의를 품은 주인공과 맞서는 대의를 품은 악역이 아닌, 그저 권력욕에 가득찬 또 하나의 인간인 것입니다.





3. 메시지를 제일 먼저 찍어놓고 만든 영화 : 메시지의 강력함이 나머지를 잡아먹다


  브이 포 벤데타의 메시지는 정치적입니다. 다른 리뷰들에서도 많이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온전히 ‘영화적 완성도’만을 놓고 보겠습니다.


  브이 포 벤데타만의 영화 속 내부로 들어와서 본다면, 사실 높은 영화의 인지도에 비해 완성도는 조금 부족한 편입니다. 예를 들면 이 영화에서 제시한 1년(11월 5일부터 또 다음해의 11월 5일까지)이라는 시간 흐름을 보여주는 과정이 어떤 부분에서는 과하게 집중되고, 또 너무 쉽게 몇 개월이 지나가버리고 하는 모습이 종종 나옵니다. 이로 인해, 굳이 시간을 1년이라고 설정을 했어야하나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혹은 주인공 브이가 암살을 시작하는 사건 장면 하나하나들이라던가, 여주인공을 납치해서 그녀에게 강한 신

념을 부여해주고자 브이가 그녀를 고문하는 씬들은 메시지는 명확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선 개연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브이의 영웅적 면모가 너무 강하다보니, 마치 홍길동처럼, 너무 뜬금없이 여주인공 주변의 이곳저곳에서 등장합니다. 심지어 정부군이 주인공이 침대 밑으로 숨은 방송국 피디 집안에 들이닥쳐 무차별 진압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곳에서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납치하는 듯이’ 데려간다던가 하는 장면에서는 더욱 그런 모습이 부각됩니다.  



  사실 히어로물에서 개연성을 찾는 것은 좋지 않은 접근입니다. 영웅적 액션이 주(主)가 되는 영화에서는 액션에 열심히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브이 포 벤데타>는 단순한  히어로 액션물로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영화 내내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메시지는 ‘정부의 압제에 두려워하지 말고 저항하라’ 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책임은 그러한 정부를 방관한 바로 여러분입니다.'


  메시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입니다. 이런 현실적인 메시지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보면서 메시지를 절절하게 느끼게 하려면, 그 영웅의 모습 또한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말이 되게 해야’합니다. 하지만 그런 정도를 넘어서 과한 부분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압제에 두려워하지 말고 저항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 위해, 일종의 관객의 대리인인 여주인공은 온갖 수모를 다 당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두려움을 떨치고 브이의 메시지를 계승하게 됩니다. 메시지를 관객들도 느껴봐! 라고 영화 내내 말하고자 하는 열망이 감독은 너무 강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맨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화였기 때문에, 영화감독만의 색깔을 집어넣기 위해, 원작에 없던 일종의 민주주의 투사와 같은 ‘메시지’를 정하고 그걸 어떻게 해서라도 보여주려고 했던 시도라고 추측됩니다. 

 

  하지만 아쉽다고만 보기에는 좋은 모습들도 많습니다. 06년도에 나온 작품이라고 하기엔 지금 와서 봐도 전혀 뒤처지지 않은 내용과 설정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KBS드라마 <각시탈>의 모티브같은 인상적인 가면 히어로라는 또 하나의 영웅, 그리고 액션과 속도감에서 통쾌함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재밌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여운이 남는 한 편의 히어로 무비 <브이 포 벤데타>였습니다.




- 2017.02.21. CineRabbit <브이 포 벤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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