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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역설 : 스트레스를 즐길 자신이 있는가

성장하고 싶다면 피드백과 스트레스를 기꺼이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by 이재하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나 지원자 분들의 이력서를 보면 '성장'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만큼 '성장'은 많은 회사와 사람들이 지향하는 중요한 가치인데요, 한편으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단어가 주는 달콤함에만 취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성장'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성장은 개인 입장에서 성취감이 느껴지는 일이고, 자기효능감을 줍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아 이윤을 추구하고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 속담으로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고, 영어 속담으로는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No pain, no gain)'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장이라는 달콤함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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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성공의 전제 조건 : 책임감, 부담감, 압박, 스트레스

'책임감', '부담감', '압박', '스트레스'. 이는 모두 성장이라는 단어의 긍정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주는 단어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성장하고 싶다면 이러한 요소들, 즉 스트레스를 견딜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스스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한번 자신의 과거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언제 스스로 한 단계 성장했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돌이켜보면 제가 힘들거나 버겁다고 느낀 순간이 결국 제가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례로 대학생 시절에는 한강에 나가서 꽃도 팔아보고 논산훈련소 앞에서 사진도 팔아보았는데,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민망하고 부담스러웠지만 이를 극복하니 자신감과 실행력이 생기고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경영학과였던 제가 컴퓨터과학을 처음 공부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이라고는 파이썬 기초 정도만 알고 있던 제가 처음으로 들었던 컴퓨터과학과 전공 수업이 운영체제였는데, 수업 첫 주의 과제가 '노트북에 VM을 설치하고 커널 버전을 변경하기'였습니다. 당시의 저는 '노트북'이라는 단어밖에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컴퓨터 아키텍처 수업은 열심히 공부하고 찾아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교수님께 찾아가서 질문하니, 그런 기초 개념은 친구들끼리 스터디를 하거나 알아서 공부하라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GPT가 있었다면 조금 더 수월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나름 공부에는 자신이 있었던 저로서 당시에는 무력감이 들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습니다. 그래도 이대로 포기하는 게 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일 새벽까지 공부하였고, 결국 모두 A학점 이상으로 컴퓨터과학과 부전공을 수료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 덕분에 앞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더라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개발자로 일할 때는 예상치 못한 버그를 마주치거나 마감기한이 정해진 어려운 기능을 구현할 때 압박감을 느꼈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한 이후에는 개발 역량이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창업을 한 지금은 정말 다양한 형태의 어려움과 이에 따른 성장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습니다.


꼭 앞선 예시들처럼 특정 이벤트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지루함을 극복하고 묵묵히 그 일을 열심히 하는 동시에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능숙해질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동료, 타 부서, 혹은 다른 회사와 협업하면서 성격 및 입장 차이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라면 이를 극복하고 해결할 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한층 성장할 것입니다.


결국 저는 그냥 마냥 좋은 성장은 없으며, 성장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한번 아래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나는 성장하고 싶은 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2. 나는 성장하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sRneLUnuGdkgwYtgo8bow6jatqg.png 대학생 시절 논산훈련소 앞에서 즉석 사진을 팔았던 어느 날


학습은 성장과 다르다

여러분은 학창 시절에 배운 내용 중 어떤 것을 기억하시나요? 또는 예전에 수강했던 온/오프라인 강의 중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성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에 또 다른 하나는 '학습이 곧 성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모르던 정보를 알게 될 때 지적 성취감을 느낍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학습은 성장을 위한 준비 과정이 될 수는 있어도, 학습 자체가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학습을 계기나 수단으로 삼아서 깊이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제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성장하기 위해서 좋은 사수와 교육 환경이 갖춰진 회사를 가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 자체도 충분히 의미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전혀 잘못된 가치관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진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환경을 어떻게 레버리지 삼아서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간과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성장은 단순히 환경이나 누군가 도와주는 것으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자발적이지 않은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형성된 스트레스를 잘 소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지적 성취감인지 진짜 성장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의 속도와 방향도 중요하다

성장의 속도와 방향 역시 중요합니다. 이는 팀장과 팀원으로서 모두 생각해 보아야 하는 부분인데, 팀장이 팀원에게 바라는 형태의 성장이 있을 것이고 팀원은 자신이 추구하는 형태의 성장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자신에게 기대되는 성장이 자신이 추구하는 성장과 동일하다면 그 사람은 매우 만족스럽게 회사를 다니며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둘이 다른 경우에는 성장을 하더라도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와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선 방향의 측면에서 회사와 매니저가 기대하는 역량이 존재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급자는 중간 관리자에게 실무를 줄이고 팀을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을 기대하는데, 해당 중간 관리자는 매니징은 최소화하고 실무 역량을 강화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또한 매니저는 개발자에게 빠른 기능 개발을 기대하는데, 개발자는 속도보다는 깔끔한 코드를 작성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성장의 속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와 이에 따른 성장 속도가 매니저가 기대하는 것과 다를 수 있으며, 이처럼 서로가 생각하는 성장의 방향이나 속도가 다르다면 자신이 성장을 추구하더라도 원하는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매니저는 자신이 기대하는 성장과 팀원이 생각하는 성장의 방향과 속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사람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추구하는 성장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팀원들의 상황에 맞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으로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성장의 방향과 속도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성장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안정'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게 맞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둘 중에 어느 하나를 더 추구한다는 사실이 좋고 나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있고, 회사도 회사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갖고 있기에 스스로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하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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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마다 성장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다를 것이며, 그럴듯하게 작성하긴 했지만 저 역시 이러한 생각을 비교적 최근에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제가 그동안 경험한 성장도 제가 스스로 찾아 나선 것보다 자연스럽게 마주친 경우가 많았던 것 같고, 다행히 어려움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스트레스였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조금 더 먼저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스트레스를 찾아다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창업을 한 지금은 정말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하고, 어려운 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만큼 성장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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