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보통 똑똑하다는 것은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을 동경하고, 자신도 똑똑해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저도 '똑똑한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경험을 쌓고 열심히 공부해왔죠. 그러나 '똑똑한 사람'을 넘어서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본인의 경험과 지식이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간단한 사례를 통해 설명드리려고 하는데요, 아래 문구는 책 '그로잉 업'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저희 영업하는 직원들 중에도 뉴욕에 10년 전에 가보고는 지금도 뉴욕이 그런 줄 아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뉴욕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모르는 게 없는 것처럼 얘기 잘해요. 그런데 사실은 모르는 거예요."
사실 해당 문구는 마케팅이나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자주 방문해야 한다는 맥락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문구를 읽고 경험과 지식이 주는 위험성을 느꼈습니다.
'똑똑할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것은 얼핏 들으면 매우 역설적인 이야기입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공부를 해야하는데 그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위의 사례처럼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대해 아는 것, 완전한 것이라고 단정짓는다면 변화하는 지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집니다.
책 '싱크 어게인'에서는 "뛰어난 지능이 저주일 수도 있다"라고 말하며, 조금 더 과격하게 표현합니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자기 믿음을 수정 및 보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고정관념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한층 더 객관적이라고 믿는데,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 편향의 덫에 더 잘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책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편향의 덫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자처럼 사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학자들은 정답이나 해법을 미리 정해두고 시작하지 않고, 수수께끼와 의문을 풀어나가면서 정답이나 해법에 한 걸음씩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직관으로 설교하지 않고, 증거를 찾아서 증거를 들고 입증한다는 것이죠.
물론 직업이 과학자라고 해서 모두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과학자는 자기가 즐겨 사용하는 이론을 성스러운 복음으로 여기고,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사려 깊은 비평을 신성모독이라며 배척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런 사람은 과학자보다 '전도사'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또한 과학자가 자기의 이론이나 견해가 정확성이 아니라, 인기에 따라 출렁거리도록 내버려 둘 때 그는 '정치인'이 되고, 새로운 발견보다는 비판과 폭로에만 몰두할 때에는 '검사'가 된다고 말하죠.
애덤 그랜트는 과학자처럼 생각하려면, '활발하게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마음에는 "자기가 틀렸을 수도 있는 여러 이유를 찾는 것"이나 "자기가 배운 것을 근거로 해서 자기의 생각을 새롭게 고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 마음을 바꾼 것이 '전도사 모드'의 사람에게는 도덕적 허약함을 드러내는 표시일 수 있지만, '과학자 모드'에서는 "지적으로 성실하다"는 표시이고,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설득되는 것이 '검사 모드'에서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지만, '과학자 모드'에서는 진리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최근에는 세상이 더 빨리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맞았던 것이 현재에는 틀린 것이 되어있을 수도 있고, 예전에 틀렸던 경험이 이제는 올바른 경험일 수도 있죠.
어쩌면 속칭 '꼰대'라는 단어도 이러한 맥락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고, 더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은 보통 자신의 경험이 진실이라고 믿게 됩니다. 반면에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더 적은 경험을 했지만, 인터넷에 친숙하여 변화하는 정보를 빠르게 습득합니다. 그렇게 기성세대는 경험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젊은 세대의 행동과 의견에 대해 반대하게 되고, 젊은 세대는 그런 기성세대에게 반감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는 비단 기성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라도,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 기성 세대의 경험과 의견을 경청하지 않으면 동일한 '꼰대'일 뿐이죠. 결국 세대를 떠나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확신하지 않고, 다른 의견에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아직 완전히 '자신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고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관련된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면서도 말이죠. 그래도 누군가에게 꼰대가 되고 싶지 않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싶기에 앞으로 의식적으로 계속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제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기꺼이 혼내주세요!)
* 참고자료
- 썸원의 뉴스레터: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dnsgqdpAky5Hhn_b_SwWMgoNhllN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