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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Jul 19. 2021

LG생건 경영을 통해 배우는 성장하는 태도

책 '그로잉 업'을 읽고나서

'꾸준한 성장을 하는 회사'라고 하면, 어떤 기업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요. LG생건은 (실적이 발표된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현재까지 64분기 동안 한 분기도 빠지지 않고 성장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꾸준한 성장의 비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끈 차석용 부회장님에 대한 책 '그로잉 업'을 읽어보았습니다.


사실 책을 읽고, 기대했던 솔직한 이야기나 속 시원한 성장의 비밀을 배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분석한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 방식을 통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오늘은 여러 인사이트 중에서 조직과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혹시 조직 경영 및 리더십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책 전문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 (그랬으면 좋겠지만) 광고는 아니고 내돈내독입니다.


# 목표에 대한 태도

> 강펀치보다 잽을 통해 성장한다

"저희는 강펀치나 KO펀치가 없어요. 그러니까 멋있는 광고, 히트, 화제가 되는 건 없고 오히려 잽으로 경영해요" 

저자인 홍성태 교수님은 초코파이의 '정'이나 나이키의 'Just do it'과 같은 '한 방'이 없는데도 LG생건이 꾸준히 성장한 이유에 대해, '잽으로 승부를 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KO펀치를 날리면 폼은 나지만 움직임에 낭비가 심하고 리스크도 크다는 것이죠.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LG생건은 체질개선에 주력했습니다. 쓸데없는 회의를 줄이고, 보고서를 한 페이지로 하고, 구두로 보고할 수 있는 것은 보고서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발전하고 작더라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표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큰 변화나 대단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큰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주식이 한 번에 대박이 나야 한다거나,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일타 강사에게 비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사실 큰 수익을 올린 분들 중에는 꾸준히 일정한 수익률을 올리며 투자해온 분들이 많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분들은 틈틈이 오랫동안 공부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큰 한 방을 노리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겠지만, 이러한 방식은 한 번 실패하면 심리적 타격이 크고 꾸준히 이어가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가장 중요한 문제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차 부회장은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질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영업을 총괄하는 임원에게 '매출하지 말라'는 시그널이 몇 개월간 갔을 정도였다고 하니 차 부회장의 의지가 얼마나 단호했는지 알 수 있다. 대신 그가 요구한 것은 시스템을 제대로 잡으라는 것이었다.

차석용 부회장은 시스템을 바로잡는다는 목표를 위해서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매출'까지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특히 오너도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 단기적인 매출보다 장기적인 시스템을 추구하기란 더욱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워렌 버핏도 목표 관리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이라고 말합니다. 가까운 미래나 일생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를 25개 정도 작성한 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5개만 고르고 나머지는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목표를 다 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최우선 목표를 실천하면서도 다른 목표를 염두에 두는데, 이는 오히려 최우선 목표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삶에 대한 태도

>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워라밸이다

축구에서 이기려면 '90분 안에' 골을 넣어야 한다. 워라밸은 골은 넣지 않고 짧게 일하라는 것도 아니고, 90분을 넘겨서 골을 넣으라는 것도 아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처리하고 쉴 때 쉬라는 것이다. 이것이 차 부회장이 생각하는 워라밸이다.

몇몇 사람들은 '앉아있는 시간'을 일에 대한 열정과 능력으로 생각합니다. 반대로 몇몇 사람들은 업무 시간이 여유로운 것을 워라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러나 차석용 부회장은 같은 업무시간에 빨리 퇴근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인정하고, 늦게까지 일해서 아웃풋이 나오는 사람은 일을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신다고 하는데요. 워라밸에 대해서 개인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업무와 생활을 대하는 태도로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 덕분인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을 때, 엘지생건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 매일 첫 날의 마음가짐을 떠올리자

정채봉 님이 쓰신 <첫마음>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중략)
첫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중략)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저는 지금도 여러분과 처음 만났을 때, 그 첫 마음의 떨림을 잊지 못합니다. 함께 달린 10여 년의 시간에 늘 감사합니다.

이는 차석용 부회장이 정기적으로 직원들에게 남기는 CEO 메시지의 일부분입니다. 저는 해당 내용을 읽고 아마존의 'Day 1'이 떠올랐는데요. 두 기업 모두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작더라도 의미 있는 혁신을 쌓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첫날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으로서 새롭고 도전적인 삶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중요합니다. (제프 베조스의 말을 빌리자면) 온 우주는 여러분이 평범하게 살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 특별해지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죠. 혹시 여러분은 첫날의 마음가짐과 달리 현재에 안주하고 적응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 성장을 위한 태도

> 마지막 5%를 완성하는 것은 집요함이다

차 부회장은 아주 사소한 제품 차이로 고객을 뺏길 수 있음을 늘 경계하라며 소머리국밥집을 예로 든다. 95%의 맛을 내는 소머리국밥집은 많다. 하지만 유명한 집, 최고의 맛을 정하는 마지막 5%는 쉽사리 잡아내지 못한다. 화장품 시장이 커지자 많은 회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 5%를 쫓아오지 못하고 문을 닫은 곳들이 태반이다. 마지막 5%를 만드는 것은 결국 집요함이다.

차 부회장은 집요함이 남들과 다른 5%를 만든다고 말하며, 반복해서 제품을 써보고, 피드백을 주고, 보완하고, 개선사항을 실행하면서 장단점을 연구하고 파고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5%의 차이로 기업이 사라질 수도 있고, 존속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는 개인의 성장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하는데요. 95%의 성과를 내는 일을 적당히 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남들과는 다른 5%를 만들기 위해서는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피드백을 받고, 이를 보완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연구하고 파고든다면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5%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차 부회장은 "우리가 아무 일도 안 하면 떡이 떨어져도 먹지 못한다"고 말하곤 한다. 항상 준비된 자에게만 그 기회가 오는 것이지,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면 구체적으로 중국 소비자에게 어떤 제품을 어떤 채널에서 팔지, 생산기준을 어떻게 맞출지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이 한창 성장할 때, 호시탐탐 중국시장을 넘보는 한국기업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 중 정작 중국의 소비행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고 하죠. 시장이 크니까 막연하게 기대한 것인데, 차석용 부회장은 아무리 큰 시장이라도 준비되지 않으면 남의 떡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것입니다. 개인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도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회사의 경영'을 넘어 개인을 잘 경영하기 위한 인사이트에 대해서 다루어보았는데요. 자신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올바르게 이끌어나가는 것이 기업을 분석하고, 산업을 분석하고, 조직을 경영하는 것 못지않게 어려우면서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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