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없음]을 읽고나서
* 해당 글은 넷플릭스 문화를 다룬 책, <규칙없음>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최근 들어 수많은 OTT 서비스가 출시되고, 경쟁은 점차 심해지고 있는데요. 이런 산업에서 넷플릭스는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디즈니와 같은 기업들이 2019년 즈음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던 것과 달리, 넷플릭스는 이미 2007년부터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하여 시장을 선점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어떻게 시장의 성장을 예상하고 잘 운영할 수 있었을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지만, 저는 넷플릭스의 '조직문화'가 꾸준한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한 번 최고의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 넷플릭스의 문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넷플릭스도 항상 잘 나갔던 것만은 아닙니다. 2001년에는 회사의 재무적 상황이 악화되어 정리해고를 실시하기도 했는데요.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CEO이자 책의 공동저자, 이하 리드)는 당시 상황에 대해, 힘들었지만 직원들의 열의와 리더의 책임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고 회고합니다. 직원의 수는 120명에서 80명으로 줄었으나, 오히려 직원들의 만족도나 사기는 높아졌던 것이죠. 넷플릭스는 당시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는 인재 밀도가 높은 회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는데요. 재능이 뛰어난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은 호화스러운 사무실이나 멋진 체육관, 혹은 공짜 점심 같은 게 아니라 '재능 있고 협동심이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평범한 10명보다 뛰어난 1명을 찾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한다고 밝힙니다. 해당 직원이 다른 곳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산출해서, 그보다 더 많이 지급하는 방식이죠. 예시로 언급된 '주앙'이라는 직원은 이전 회사에서 엄청난 성과를 이루어냈으나, 당시 회사의 연봉 상승 제한으로 인해 3~5%의 인상률을 제안받았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그녀를 직전 연봉의 3배에 가까운 액수로 채용했으며, 그다음 해에는 업계 수준에 맞춰 23%를 인상해주었죠. (다만 그녀가 뛰어난 성과를 거둔 다음 해에는 시장에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인상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방법에 대해서 해당 직원의 시장 평가 금액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고, 높은 인상 폭을 결정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며, 연례 연봉 인상으로 인해 회사 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리드는 해당 반론이 모두 맞는 말이지만, 최고의 연봉 지급은 투자의 가치가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필요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주고, 요구하기 전에 인상해 주며 다른 직장을 물색하기 전에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최고의 인재를 데려와 계속 붙들어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죠. 처음부터 조금 더 지급하는 것이 사람을 빼앗긴 다음에 빈자리를 채워 넣는 것보다 훨씬 돈이 덜 든다는 의미입니다.
넷플릭스는 이 외에도 급여 및 인재에 관한 몇 가지 독특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우선 직원들이 자신의 시장가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리크루터의 연락을 받거나 다른 회사와 면접을 보는 것을 허락합니다. 만약 제안받은 연봉이 현재 연봉보다 높다면 인상해준다고 하면서 말이죠. 또한 넷플릭스는 성과 기반의 보너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보너스보다 기본적으로 높은 연봉을 선호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서 1년 전에 만든 기준으로 사고하는 것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 호박너구리 한줄평: 현실적인지는 몰라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습니다.
사실 넷플릭스의 인재 채용 방식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문화나 제도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인재 채용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면 다른 평범한 직원을 내보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나라의 노동법은 미국에 비해 해고에 대해 자유롭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반의 회사가 많기 때문에, 빠른 변화보다는 안정성이 중요시되는 문화적인 차이점도 있죠.
그러나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성과급의 경우, 많은 회사들은 연 단위의 목표를 설정하여 해당 목표 달성률을 기준으로 임직원의 보수(성과급)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목표가 영업이익 5% 상승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이러한 목표는 시간이 바뀌면서 좋지 못한 목표가 될 수 있으며, 이후 경쟁력을 위해 특정 부서가 진로를 변경해야 할 때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봉 책정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회사들은 인상풀과 급여 밴드를 기준으로 연봉을 책정합니다. 책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의 평균 연봉 인상률도 3%(베스트 플레이어의 경우 5%)라고 하는데요. 리드는 이렇게 회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식은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거나, 개인의 시장가치가 크게 변동될 일이 없던 시절에나 통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합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떠신가요? 넷플릭스의 방식을 추종하거나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뛰어난 인재가 필요한 회사라면 현재의 연봉 및 성과급에 대한 방식이 산업과 시대의 흐름에 적합한 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는 바로 피드백 문화입니다. '동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도움이 될 만한 피드백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것은 회사에 불충한 것이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러나 이것이 아무 말이든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닌데요. 넷플릭스에는 다음과 같은 4A 피드백 지침이 있습니다.
1) Aim to Assist: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으며, 모든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2) Actionable: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은 행동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A와 같은 행동이 별로였다'라는 말로 끝내지 않고, 'B 방식으로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는 형식의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3) Appreciate: 감사하라
비판을 받으면 변명부터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본능을 자제하고 피드백을 표현한 사람에게 감사함을 표현해야 합니다.
4) Accept or Discard: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넷플릭스에서는 많은 피드백을 마주하게 되지만, 모든 피드백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피드백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되, 수용 여부는 받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상시적인 피드백만으로는 솔직한 문화를 구축하기에 부족할 수 있습니다. 리드는 '솔직하다는 것은 치과에 가는 것과 같다'라고 하는데요. 아무리 매일 양치질을 해도 칫솔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듯이, 솔직해지자고 열심히 강조해도 관리가 안 되는 부분이 생긴다는 뜻이죠. 그렇기에 넷플릭스는 정기적인 360도 피드백을 시행하는데요. 6개월이나 1년마다 서면으로 피드백을 하고, 식당을 빌려서 라이브 360도 평가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넷플릭스는 솔직한 분위기를 위해서는 한 가지 단계가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바로 '사심 없는 솔직함과 똑똑한 왕재수 짓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똑똑한 왕재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동료들의 면전에서 급소를 찌른 다음 "그냥 솔직해지고 싶었어"라고 한마디 툭 던지는 수법을 자주 사용한다고 하죠. 넷플릭스는 이들로 인해 솔직함에서 비롯되는 혜택을 얻지 못한다면 아무리 똑똑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 호박너구리 한줄평: 성과가 아닌 성장을 위한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피드백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상시는 아니더라도 우리도 정기적으로 직원을 평가하고 있는걸?'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연간 평가를 통해 직원들의 성과를 측정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피드백은 일반적인 하향 평가일 수밖에 없으며, 오직 한 사람(상사)의 평가만 받게 된다는 측면에서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피드백과 다릅니다. 또한 성과 평가는 KPI와 같은 연간 목표가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위에서 말했듯이 이러한 기준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죠.
솔직한 문화를 추구하거나 조직원이 성장하는 구조를 갖추고 싶다면, 지위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다만 점수를 매기는 일은 피하고, 결과를 연봉이나 승진과 연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더해 팀장이 자신이 받은 피드백을 팀원과 공유한다면, 팀원들도 상사의 문제점을 용기 내어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피드백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인데요. 이번 기회에 자기 자신이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하고 있는지, 혹은 수행할 마음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생각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통제의 리더십이 익숙합니다. 상사는 결정을 지시하고 승인합니다. 때로는 실무진의 업무를 감독하고, 수시로 확인하죠. 그리고 이러한 통제의 리더십은 작은 오류가 큰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 응급실의 경우 경력이 짧은 의사나 간호사에게 맥락만 알려주고 감독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제작할 때에도 모든 부품이 잘 조립되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죠.
그러나 혁신이 목표인 기업에게는 오히려 '직원들이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서 적응하거나 혁신하지 못한다면, 회사는 존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곳에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며, 창의적인 인재는 맥락으로 리드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합니다. 꿈을 크게 갖도록 자극하고, 틀에서 벗어나서 생각하게끔 영감을 주고, 도중에 실수할 여유를 허락해야 한다는 것이죠. 리드는 이에 대해 설명하며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의 시를 인용했습니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일꾼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라.
업무와 일을 할당하지도 마라.
그보다는 갈망하고 동경하게 하라.
끝없이 망망한 바다를
맥락으로 리드하는 조직은 피라미드보다 나무를 닮는다고 합니다. 상사는 뿌리에서 선임 매니저들이 있는 줄기를 떠받치고, 선임 매니저들은 결정을 내리는 나뭇가지들을 받쳐주는 것인데요. 그렇게 부하 직원들이 팀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밀고 나갈 때, 맥락을 잘 짚어주어 훌륭한 결정을 직접 내리게 하면 조직은 성공한다고 리드는 말합니다.
> 호박너구리 한줄평: 인재를 통제로 리드하고 있지는 않나요?
많은 기업들은 혁신을 외치며 인재들을 채용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회사 중에서 적지 않은 곳이 채용된 인재들을 맥락이 아닌 통제로 리드합니다. 회사나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공감시키고 맥락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업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맥락으로 리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한 기업도 맥락으로 리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선 넷플릭스는 1년에 몇 차례씩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리더(상위 10~15%)들을 모아서 회의를 진행합니다. 이때 CEO가 설정한 회사의 '북극성'에 맞춰 의견을 긴밀히 조율하는데요. 다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까지는 조율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각 부서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회의를 전후로 수십 쪽에 달하는 정보를 행정비서나 판매 보조사원 등 회사의 모든 직급에 있는 사람이 전부 읽을 수 있도록 전사원에게 보내서, 회의에서 공유된 맥락과 내용을 전부 공개한다고 하죠.
이번 기회에 리더의 입장에서, 혹은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일하는 것이 자신과 회사에게 적합한 방식인지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의 업무 목표는 회사의 북극성인가요, 아니면 상사의 통제인가요?
넷플릭스는 휴가 규정, 비용 규정, 승인 절차, 출장 규정, 연봉 밴드 등 많은 규칙을 없앴습니다. 그래서인지 넷플릭스의 문화를 다룬 책의 제목도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이죠. 이렇게 폭넓은 자유와 높은 연봉은 많은 분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요소도 있는데요. 바로 '책임'입니다. 넷플릭스는 F&R (Free and Responsibility, 자유와 책임)을 강조합니다. 넷플릭스의 직원은 높은 급여와 넓은 자유를 보장받지만, 급여에 해당하는 성과를 내고 자유에 합당한 행동을 보여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자유는 달콤하지만 책임은 무겁습니다. 누군가는 자유와 책임을 선호하고, 누군가는 통제와 안정감을 선호하죠. 그렇기에 '모두에게 좋은 조직문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연 여러분은 어떤 조직문화와 어느 정도의 자유를 선호하시나요?
* <규칙없음>은 자유와 책임 중에서 '자유'의 측면이 조금 더 강조되어 작성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글과 함께 '책임'에 대한 시각을 제공한,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님의 유퀴즈 영상도 같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이 글을 읽고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에 대해 관심이 생기신 분들에게는 책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광고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