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나서
올해 8월에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이 상장했습니다. 크래프톤은 현재 약 23조 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데요. 배틀그라운드 전까지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던 크래프톤은 어떻게 성장해왔던 것일까요? 이런 궁금증을 갖던 중에 마침 크래프톤에 대해 다룬 책 <크래프톤웨이>가 올해 7월에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책에는 약 10년간의 노력과 역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보면서 많은 내용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 교훈이 될만한 내용을 골라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크래프톤의 기업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크래프톤 분석 글을 참고해주세요)
자유로운 분위기임에도 성과는 확실하게 칼같이 따지겠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다고만 할 수 없어요. (중략) 인재가 노동자보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인재는 스킬 의존적입니다. 성과에 대한 압박이 있고 평생 학습을 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주어진 근무 시간에 일 잘하고, 퇴근해서 나머지 시간을 보내면 그만입니다. 인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재로 살려면 힘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재로 대우받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근무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성과와 지속적인 학습에 대한 압박이 자리한다는 것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듯한데요. 진정한 인재로 대우받고 싶다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며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 역시 이 구절을 통해 스스로 얼마나 학습하며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현재 스스로 학습하며 발전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화성에서 온 프로그래머와 금성에서 온 기획자, 지구에서 온 경영진과 소통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게임의 재미는 측정하기도 관리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려운 영역입니다. 대화와 공감이 중요하겠죠. 집에 틀어박혀 취미에 빠진 오타쿠가 게임 만들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게임 말고 사람도 세상도 봅시다.
어떤 분야든, 어떤 직무든 혼자만 일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데요.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고, 누군가는 협업을 통해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합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스트레스를 성과로 바꾸기도 하고, 성과를 스트레스로 바꾸기도 하는 것입니다. 특히 IT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저에게 이 구절은 더욱 와닿았는데요. 실제로 각 직무의 담당자는 화성인과 금성인의 차이만큼(?) 서로의 업무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럴수록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며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김강석이 어떤 사람을 프로라 부를 때에도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장르 전문성과 소통 능력, 그리고 열린 자세를 갖춘 사람을 프로로 인정했다. 김강석의 머릿속엔 '잘 만든 게임이 곧 성공하는 게임'이란 등식이 없었다. 게임을 배급하는 퍼블리셔 회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과의 협업, 그리고 대화가 가장 중요했다.
김강석 전 대표는 게임 제작사에서 제 잘난 맛에 사는 나르시시스트는 천지에 널렸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대개 자신이 제작하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전문가이긴 하지만, 동시에 자기 주관이 굳어진 지독한 확신범이라는 것인데요. 그는 게임 제작을 이끄는 리더들은 게임에 파묻혀 사는 마니아이면서 동시에 열린 사람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내용이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통용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끔은 저도 모르게 어떤 정보나 업무의 방식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요. 그럴 때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고,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더는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많은 리더들은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착각합니다. 이에 대해 배틀그라운드를 제작한 김창한 대표는 '결정은 시작일 뿐이며, 리더는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하는데요. 리더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좋은 생각과 결정을 했더라도, 그 일이 실제로 수행되어 결과를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통해 일을 진행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음 단계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
김창한 대표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살고 있으며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100% 확신하는 최고의 결정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결과물이 마음에 들 때까지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아티스트와 달리, 상업적인 프로젝트는 예산과 개발 기한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김창한 자신은 '최고를 지향하되 최선을 선택한다'라고 말합니다.
아시아에서 전형적인 리더의 3가지 유형이 있다. 용장, 지장, 덕장이다. (중략) 중요한 건 어떤 유형의 리더라도 결과를 내지 못하면 신뢰를 쌓을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리더는 결과를 내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사용한다. 억지로 방법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장점을 찾아내는 게 좋은 리더가 되는 유일한 길이다.
세상에는 리더십에 대한 수많은 연구와 서적이 존재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좋다고 하고, 어떤 곳에서는 좋은 인품을 갖고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하죠. 그동안 저도 뛰어난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다양한 리더십에 대해 공부했는데요. 이 구절을 읽고, 리더십 사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가'라는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내 강점은 무엇이고 이를 활용하여 어떤 리더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겠습니다.
작은 회사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쁨, 회사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조금씩 작아져가는 느낌이 들지 않고 회사와 내가 함께 커나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분위기가 확고히 자리 잡힐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실제로 위 문구와 같이 크래프톤의 기업문화가 갖추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스타트업과 같은 초기 기업이 갖추어야 할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 비해 개인의 역량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만약 회사와 함께 개인이 성장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해당 조직은 빠르게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김강석은 적어도 톱다운 방식이 시종일관 제작에서 통용되어선 안 된다고 여겼다. 상급자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으면, 최소한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필요했다. "까라면 까"와 "따라와주세요"는 엄연히 다르다.
업무를 하다 보면 상급자의 지시를 받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지시를 받고 업무를 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도 아니죠. 진짜 문제는 의사결정에 대한 설명과 공유 없이 업무가 내려오는 것입니다. 정해진 일을 하더라도 그 업무의 배경과 근거를 알고 할 때와 모르고 할 때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팀원도 의사결정의 근거를 알 권리가 있으며, 납득이 되어야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경영진이나 상급자가 실무진보다 역량과 경험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과장하자면 직원들은 상급자를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 영역에서 분명히 뛰어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결국 상급자도 언제든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장병규 의장은 경영진이나 상급자의 의사결정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데요. 부하 직원은 상급자가 왜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틀렸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 회사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고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모든 창업 과정에는 제각각의 배울점이 있다는 것인데요. 얼마 전에 상장한 크래프톤이 앞으로 성장하며 또 어떤 배울점을 만들어줄지 더욱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