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끄기의 기술>을 읽고나서
'신경끄기의 기술'은 제목부터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국내판은 상대적으로 점잖은(?) 제목으로 번역되었지만, 원제(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k)는 과격한 이름을 갖고 있죠. 실제로 책의 내용도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비교적 남을 의식하고 걱정이 많은 편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반대로 평소에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저보다 이성적인 다른 친구는 이 책을 읽고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떤 성격이신가요?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신경이 쓰인다면, 이를테면 전남친의 페이스북에 새로 올라온 사진, TV 리모컨 건전지의 수명, 원플러스 원 행사를 연달아 놓쳐 손 세정제를 못 산 일에 너무 신경이 쓰인다면, 당신 인생에는 신경 쓸 가치가 있는 그럴듯한 일이 없는 거다. 이것이 진짜 문제다. 손 세정제나 TV 리모컨이 아니라.
저는 위의 내용을 읽고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사소한 일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고, 기분 나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 아닌데도, 혹은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사소한 일에 신경이 쓰이거나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 중요하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길일 것이다.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을 찾지 않는다면, 무의미하고 하찮은 것에 신경이 쏠릴 테니까 말이다.
저는 그동안 사소한 일에 신경 쓰는 것을 제 성격이자 단점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는 원인은 신경 쓸만한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이고, 만약 의미 있는 것을 찾게 된다면 하찮은 일에 대해서는 자연스레 신경 쓰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긴 이후로는 이전만큼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위 '인생의 목적'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뭘 포기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모든 걸 가지려는 사람, 즉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모두 채우려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어떤 부족함도 용납하지 못하는 태도,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인생을 '지옥의 무한궤도'에 빠지게 만든다.
사실 이런 내용은 맞는 말 같으면서도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책에서 말하는 사례도 의미의 범위가 넓은 편입니다) 아마 듣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이러한 내용과 책의 사례를 읽고,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욕심이 많은 편입니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배우고 싶은 지식과 시도해보고 싶은 도전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뉴스레터, 블로그, 독서 모임, 헬스, 테니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앞으로 어떤 것을 해야 하고, 새롭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만 신경 쓰다 보면, 기존에 하던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하고 싶은 것이 많더라도, 적절히 포기할 수 있어야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그로잉업>의 교훈을 다룬 콘텐츠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워렌 버핏도 목표 관리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이라고 말합니다. 가까운 미래나 일생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를 25개 정도 작성한 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5개만 고르고 나머지는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목표를 다 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최우선 목표를 실천하면서도 다른 목표를 염두에 두는데, 이는 오히려 최우선 목표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청소년기부터 나는 음악가, 특히 록스타가 되기를 꿈꿨다. 폭발하는 기타 연주를 들을 때마다 눈을 감고 상상했다. 사람들이 내 현란한 기타 솔로에 넋을 잃는다. 이런 환상에 빠져 몇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중략) 반평생 넘게 품어왔던 꿈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몸부림친 뒤에야 마침내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사실 음악가가 되길 원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난 결과를 사랑했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를 휘저으며 혼신을 다해 연주하는 내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과정은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패했다. (중략) 매일 지루하고 고된 연주 연습을 하고, 밴드를 결성해서 합주하고, 어렵사리 공연을 잡고, 끊어진 기타 줄과 터져버린 진공관 앰프를 수리하는 그 모든 과정들에, 나는 열정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저도 가끔씩 성공한 삶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비록 저자처럼 환상에 빠져 직업이나 장래 희망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하고 있는 공부나 프로젝트에 대해서 결과를 상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행복하게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려웠죠.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똥덩어리와 치욕이 널려 있다. (중략) 당신은 어떤 고통을 견디고 싶은가? 이는 무척 어렵고도 중요한 질문이며, 당신을 실제로 나아가게 해 주고 사고방식과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질문이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멋진 몸을 갖고, 워커홀릭은 초고속 승진을 하며, 고된 연습을 견딘 아티스트는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한다. 당신이 선택한 고통이 당신을 만든다.
저는 평소에 제 주변의 친구들을 보며 세상에 쉬운 일이 없음을 느끼곤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친구도,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도, 시험공부를 통해 변호사, 회계사, 공무원이 된 친구도 모두 많이 노력하고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자신이 선택한 고통을 견디며 행복하게 성장하고 있죠.
만약 필연적으로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면, 저는 역시 제 꿈인 '창업가'의 고통을 느끼고 싶습니다. 아직 제대로 경험해본 적도 없고, 그 과정이 매우 힘들겠지만, 그래도 다른 고통보다 기쁘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고통을 견디고 싶으신가요?
당신의 문제는 특별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놓아버리면, 크나큰 자유를 맛볼 수 있다.
근거 없는 확신으로 인한 두려움도 일종의 허세를 낳는다. 내가 탄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할 비행기라고 믿을 때, 내 사업 계획이 모두가 비웃을 어리석은 계획이라고 여길 때, 내가 바로 모두가 조롱하고 비웃을 사람이라고 여길 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다. "난 달라. 남들과는 달라. 난 특별해"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서 걱정을 합니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세우고 이에 대해 고민하죠. 그러나 만약 다른 사람이 같은 고민을 이야기했다면, 아마 걱정하는 일이 생길 리 없다고 말해줬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만 더욱 걱정하는데요. 책에서는 그 이유를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얼마 전에 SNS에서 봤던 한 영상에서는 걱정과 스트레스를 물컵에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물이 든 컵을 한 손으로 드는 것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컵을 오래 들고 있게 된다면, 점점 팔에서 힘이 빠지고 컵을 무겁게 느끼게 되겠죠. 우리의 걱정과 스트레스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체로는 크지 않지만, 걱정과 스트레스는 오래 간직할수록 더 커져서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닙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빨리 떨쳐버릴수록 더 별것도 아닌 일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는 여전히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완전히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보다는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조금씩 무언가를 포기하고 있고, 더 중요한 것에 신경을 쓰게 되었는데요. 앞으로 제가 견딜 수 있는 고통과 하고 싶은 일에 신경 쓸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몰입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조만간 글로 소개하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