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하 Jan 13. 2022

멍청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를 읽고나서

얼마 전 독서모임을 하며 제목이 참신한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바로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책을 관통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멍청이다. 그 대신 덜 멍청해지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평소에 제 주변에 멍청이가 별로 없고, 제 자신도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멍청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 제 자신도 충분히 '멍청이'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오늘은 우리를 멍청이로 만드는 몇 가지 생각이나 현상에 대해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출처. thecrossing


# 내가 실패하면 환경 탓, 다른 사람이 실패하면 그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

친구가 몇 시간 동안 메신저에 답장을 하지 않으면 인터넷 연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친구가 속이 좁은 멍청이라 삐졌나 보다고 생각한다. (중략) 교수가 무뚝뚝하게 대답하면, 내가 바보 같은 질문을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교수가 멍청해서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멍청한 인간으로 보이는 것이다.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에 따르면, 우리는 누군가를 관찰할 때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원인이 외부 환경이 아니라 타고난 성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위험할 정도로 우리를 빠르게 앞질러 지나가면, 우리는 운전자의 아이가 학교에서 다쳐서 서두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게는 운전자가 멍청이라서 저런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반대로 본인에 대해서는 이기적 편향이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성공하면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하고, 실패하면 다른 사람이나 환경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책의 여러 내용 중에서 이 부분을 읽고 가장 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제가 이뤄낸 성과에 대해서는 제 자신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이 그만큼 성취하지 못하면 그 사람의 노력이 부족했다고만 판단했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이는 매우 자기중심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매번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정작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확고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멍청이'였던 것입니다.


앞으로는 멍청이가 되지 않기 위해, 성취에 대해서는 노력에 자부심을 갖되 환경의 덕택도 있었음을 인지하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실패에 대해서도 단순히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사람의 환경도 고려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가짐은 꼭 성공이나 실패와 같이 거창한 것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타인의 행동의 원인을 환경에서 찾고자 노력한다면, 운전할 때와 같이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



# 어쨋든 그것은 그것일 뿐

멍청한 인간은 모든 질문을 이분법적으로 한다("내가 좋아, 싫어?"). 멍청한 인간은 모순을 견디지 못한다("서로 반대인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는 없어"). 특히 멍청한 인간은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단정적으로 말한다("비즈니스는 비즈니스야", "유태인은 유태인이야"). 또한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확신하며 자기만족에 빠진다.


책에서 멍청함은 합리성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반대로 논리를 과도하게 내세우는 상태라고 합니다. 'A=A'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밀고 나가는 것이죠. 결국 '멍청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저 역시 가끔 '멍청이'같은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생각한다거나, '개발자는 그렇잖아'와 같이 특정 그룹을 일반화시켜서 말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제가 개발자인데도 말이죠.)


결국 이러한 사고는 스스로의 사고를 제한합니다. 이는 성장을 추구하는 저에게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는데요.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 이를 교훈 삼아 제 자신의 확신에 대해 꾸준히 경계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관련 글: 똑똑할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야 합니다)



# 내가 잘못하긴 했는데, 내 잘못만은 아니지

사과가 제대로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사과를 어설프게 하거나 상대방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그렇다. 상대방이 사과를 거절할 때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사과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멍청한 행동을 했을 때에는 사과를 하면 어색한 상황이 쉽게 누그러진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의 새하얀 양탄자에 레드 와인을 쏟는다면, 자신의 멍청한 짓이 후회되고 마음이 불편하고 죄책감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곧바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 모든 사람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멍청함으로 벌어지는 행동은 대부분 사과를 통해 어느 정도는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과의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양탄자에 와인을 쏟은 것은 잘못했어. 그런데 흰색 양탄자는 파티에서는 불안하긴 하지"와 같은 방식으로 변명을 하는 듯한 단어('그런데', '하지만')를 사용하면 사과에 진정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 방식의 사과는 결국 사과를 가장한 비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또한 상대방이 사과를 쉽게 받아주지 않아서 당혹스럽다고 말해도 사과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와인을 쏟아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해?")


결국 핵심은 진심이 전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멍청한 실수를 했다면 그대로 인정해야 진심으로 사과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그러면 멍청함에서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흔히 말하는 이불킥을 할 만큼 멍청한 행동을 그동안 많이 해왔는데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바로 사과를 했던 경우는 대부분 잘 해결되었는데, 그냥 지나친 순간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서 죄책감을 유발하고는 합니다.




사실 이 책 자체가 그리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목차별로 저자가 달라서 비슷한 이야기도 많고, 맥락이 일관적이지 않아서 집중이 끊기고는 했는데요. 심지어 저자가 자신이 멍청이라고 표현한 예시들처럼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지나치게 확정적으로 묘사한 경우도 있었죠. 그러나 그 속에서도 앞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저에게 교훈이 되고, 인사이트를 주는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책을 다 읽고 나서, 저는 '인간은 멍청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멍청한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그래도 멍청함과 멀어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멍청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책의 내용을 교훈으로 삼아서, 앞으로 제 자신의 멍청함을 보다 잘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조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