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사람들이 죽었다.
이방인의 첫 문장처럼 오늘 죽었는지 혹은 어제 죽은 건지.
황당하게도 20일 아니 그 이상이 훌쩍 넘었다.
경찰과 과학수사대가 오고 두구의 시체가 차례로 나갔다.
머리까지 덮어진 시체를 보고 만 건 내가 아니고 아들이었다.
누가 죽은 거예요? 아들은 무덤덤하게 물었다.
시트 밖으로 툭 떨어지는 손이라도 봤다면 놀랬을까. 죽음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나이다.
며칠 후, 사람이 둘이나 죽어 나간 집은 티끌만큼의 먼지도 남기지 않고 신속하게 정리 됐다.
구멍 뚫린 현관문 손잡이로 들어 다 본 내부는 콘크리트가 드러나 있었다.
한 번도 사람이 산 적 없는 집이 되었다.
누가 살긴 했었던가.
이사 올 때 옆집에는 네 명이 살고 있었다.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65세 이상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이모님이었다.
공동복도에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듯한 휠체어가 두터운 먼지의 천에 덮혀 있었다.
이모님은 치매 걸린 언니와 거동이 힘든 형부와 오토바이 사고로 반신불수 된 다 큰 조카를 돌봤다.
이모님이 먼 친척인지 고용된 사림인지 세명의 환자를 돌보게 된 사연이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먼저 건네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에서 슬슬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냄새는 오래전부터 나고 있었는지 모른다.
쓰레기 냄새인지 뭔지 맡아본 적 없는 더러운 냄새였다.
이사 오기 전에 몇 번을 왔었는데 이 냄새를 모를 수 있었을까. 잠시 냄새를 감쪽같이 숨긴 것 같아 속은 느낌마저 들었다.
첫눈에 홀딱 반한 집은 우리 부부의 후각을 잠시 마비라도 시켜 놓은 건지. 어마무시한 복병이 잠복해 있을 줄이야. 이마를 손바닥으로 세게 쳐 봤자 이미 늦은 일이라 생각하니 속이 너무 상했다.
11월에 이사를 오고 겨울을 보내는 동안 잠시 냄새는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봄이 되었고 옆집에서 이모님의 형부라는 분이 죽어 나갔다. 경찰이 와서 자연사 죽음으로 인정했다.
여름이 되면서 냄새는 현관문 밑으로 보이지 않는 연기처럼 새어 나왔다.
죽어 나간 시체 냄새처럼 아니 무엇이 죽어 썩는 냄새가 났다.
공용 공간에 퍼지는 지독한 냄새는 뇌까지 스며들며 사람을 증오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나가다려다 옆집 이모님이 나오는 소리가 들리면 나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빼꼼히 열고 주위를 살피고 나왔다. 정말 최선을 다해 이모님을 맞닥뜨리는 순간을 피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어쩔 수 없이 가끔은 왔고 등을 지고 서서 숨을 멈춰도 이모님에게 나는 악취에 치를 떨었다.
여름 내내 옆집에서 창문을 여는 날이 많았으므로 우리 집은 열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계절과 시간과 세월은 흘러갔다.
도시가스 점검 하시는 분에게 옆집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유일하게 그 집에 들어갔던 몇 명 중의 한분이었다.
쓰레기로 가득한 집.
고양이와 개가 돌아다니는 집.
누워서 지내는 시체처럼 누워 있는 청년.
소리 지르는 치매 걸린 노인.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돼버린 집.
이모님의 코는 어떤 냄새도 맡을 수가 없는 것일까.
우리 가족은 왜 이런 인간들 옆에서 냄새와 싸우며 하루하루 살아야 하는지.
그토록 소중했던 내 집에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모님이 돌보는 치매 걸린 언니마저 자연사로 죽고 이제 그 집에는 누워 지내는 조카와 이모님 둘이 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냄새는 나의 뇌마저 지배하고 미칠 지경으로 몰아갔다. 이제 그 복병은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며 구석구석 냄새를 심어 놓았다. 동 주민들은 끊임없이 민원을 넣었다. 도움의 손길들은 문을 두드리다 지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모님은 공공의 적이 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불쌍하게 보기도 했다. 그런 옆집을 두지 않은 우리는 그래도 참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것 같았다.
급기야 뭔가 썩는 냄새가 난다며 민원을 넣었다. 구청 공무원들은 경찰을 대동하고 두 사람의 안위를 확인하고 돌아갔다.
자꾸만 어떤 생명체가 죽어 썩어서 나는 냄새 같은 공포감이 나를 자꾸 궁지로 몰아갔다.
그리고 경계하는 동시에 관찰하게 했다. 숨을 참고 옆집 현관 근처에 가 소리를 듣는 날도 있었다.
이모님의 날 선 목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밖으로 새어 나오기도 했다.
소리소리 지르면서 욕을 했다. 너도 방귀를 뀌냐며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다.
조카를 학대하고 그러는 거 아닐까?
저번에 경찰 와서 확인했잖아.
만약 그랬다면 조치가 내려졌겠지.
옆집 얘기를 할 때마다 남편은 방법이 없는데 어쩌겠냐고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정말 둘 중 하나 죽어야 끝이 나겠지 라는 말을 목구녕까지 올라온 말을 남편에게 차마 하지 못했다.
제발 무슨 일이든 일어나 괴로운 상황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매일 바랬던 거 같다.
처음에 품었던 나쁜 생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당화 됐다.
그렇게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가슴 한쪽에 증오의 방과 불신의 방은 점점 더 커졌다.
죽을 때가 되면 사람의 영혼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걸까.
왜 그랬을까. 그날은 그랬다.
엘리베이터에서 오랜만에 마주친 이모님과 눈이 마주쳐서 그랬을까. 시선을 피한 이모님의 등을 멍하니 1층까지 내려오면서 쭉 쳐다보다니.
영혼이 나간 듯한 건조하고 서늘한 등에서 오싹함이 느껴졌다.
언제 다친 건지 손가락 검지 하나는 두 마디가 잘려나가 있었다. 쓸쓸한 머리카락은 흰머리로 덮여 기름져 떡져있고, 기대 곳 하나 없는 처진 어깨는 살짝만 건드려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온몸을 둘려 싼 진절머리 나는 냄새가 그날은 왜 좀 슬프게 느꼈졌을까. 얼마 되지 않은 잘린 손가락 단면에 선홍색 상처 때문이었을까.
연민 아니 애증이라도 누구에게 부여받아 고만 미워하고 증오해라 계시라도 받은 걸까.
이모님은 무엇에 홀린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아파트 화단 쪽으로 가서 주저앉았다. 야옹아 야옹아 고양이를 구슬프게 불러 댔다. 마지막 작별이라도 해야 할 사람처럼.
이모님이 죽을 거 같다는 생각을 어찌했을까. 부도덕한 인간이 된 거처럼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그때부터였는지 언제부터였는지 이모님에게서 생의 환한 빛은 사그라지고 있었다.
조카에게 퍼붓던 저주와 독기의 말도 들리지 않았고 한참을 두문불출하여 마주치는 일도 없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많이 지났을까.
사건이 터지고 옆집 현관문에 살벌하게 붙여진 엑스자 테이프 그리고 과학수사 중.
이모님이 먼저 목숨을 끊고 조카분은 아사해서 죽은 것이 수사의 내용이었다. 죽은 고양이와 개 그리고 살아 있는 것은 동물 보호소로 보내졌다.
옆집이니 뭐라도 물을 줄 알았는데 낮에 기자들이 와서 경비 아저씨와 그 외 몇 분 하고 인터뷰만 하고 갔다고 했다.
왕래를 끊었던 친척 상속자들은 재빠르게 돈을 걷어 집 내부를 정리했다.
이모님은 사람을 안으로 들이지 않는 이유가 우리 언니가 보물을 집안 곳곳에 숨겨 놨기 때문에 라고 말하고 다녔다.
벽지마저 다 드러난 집안에서 나온 보물은 하나도 없었다.
집안 곳곳에서 죽은 고양이와 개가 나왔을 뿐.
공포로 까지 몰고 갔던 그 냄새는 쓰레기 냄새와 동물 사체 냄새였구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으셨구나.
그렇게 아무 감정 없이 나에게 냉소적으로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충격받았음에도 안 그런 척 자기 방어에 힘을 쓴 것 같다.
활활 타오르던 증오의 불길이 엄청난 차가운 물을 확 뒤집어쓴 것 마냥 오랫동안 멍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불현듯 훅하고 콧 속으로 들어오는, 폐잔병의 흐릿한 썩은 냄새가 나를 밀치며 툭툭 감정을 건드렸다.
그렇게 증오해야 했었나.
그리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보호자를 보며 애타게 불어대다 배가 고파 죽어 가던 조카분을 생각했다.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지리멸 멸한 삶을 마감했던 이모님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품었던 사람에 대한 증오와 이모님을 바라보던 차가운 시선과 불순한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7년을 민원 한번 넣지 않고 뭐라고 한번 싫은 소리 한번 한적 없는데 그럼 됐지.
죽음에, 일말의 털끝만큼도 잘못이 없다고 구구절절 말하는 자. 누가 따져 묻지도 않는데 나는 이렇게 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끝내 자기 방어에 실패한 나는 가끔 울기도 했다.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날 것 같았던
둘 다 죽어 버려 완전히 끝나버렸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냄새는 살아있다.
참으로 지독하다.
상처받지 않는 독한 패잔병이다.
남은 자는 소심하게
가끔 자주
아무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바라볼 뿐
여전히
미안했습니다 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