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손톱은 하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by 미현

특이하고 모순적인 제목이다.

제목 하나 참 잘 지었다.

죽고 싶은데 어떻게 떡볶이 생각이 날까?

작가는 책에서 죽고 싶어도 떡볶이는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삶이라 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

죽으면 좋아하는 맛난 떡볶이를 먹을 수 없다.

죽고 싶지 않은 이유 백가지 천 가지 중 한 가지라도 되는 것인지.

죽을 수 없는 딱 한 가지 이유인지.

이 특이한 제목을 곱씹으며,

'자'는 죽고 싶지 않은 거네라고 단정 짓는 동시에,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죽을 일은 없겠다.



십 년 동안 사람의 손발을 케어해 주는 네일숍에서 일했다.

무수한 사람들의 무수한 넘치는 개인사를 듣는 것 또한 일의 한 부분이 되었다.

얘기하기 좋고 소문이 난다 해도 별 탈이 없는 제삼자이기 때문이었을까.

두 손을 맞잡는 순간 비밀 터놓기 마법에라도 걸리는 건지.

첫 방문에도 손님들은 개인사를 털어놓았다.


하루는 문을 벌컥 열고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들어왔다.

긴 파마머리에 예쁘게 생긴 나름 패션도 멋쟁이 스타일이었다.

지금 되는지의 여부도 묻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 바로 앞에 앉았다. 턱을 괴고 말도 없이 노려 보는 게 아닌가.

예사롭지 않은 눈빛에 순간 겁을 먹었다.

술을 마셨는지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

술주정뱅이 트라우마가 있는 나는 사실 떨기 시작했다.

침묵을 깨고 느리고 어눌한 말투로,

"오늘 내가 진짜 죽을라고 했는데, 내 손톱이 너무 그지 같은 거야.

손톱 이쁘게 하고 죽고 싶은데 해줘."

이 순간 어떻게든 내보내고 싶었다.

예약한 손님은 없었지만,

"곧 예약하신 고객님이 오셔서요."

이 여자는 올 손님이 이 순간 들어온다 해도 버틸 기세였다.

"내가 죽고 싶은데 손톱 때문에 못 죽는다니까."

달려들 기세로 눈을 치켜들었다.

"네 그럼 간단하게 깨끗하게만 해드릴게요."

"아니 빨간색으로 이쁘게 칠도 해줘."

아~ 오늘 재수 더럽게 없는 날이구나.

속으로 소심하게 신세한탄.

그래 초스피드로 해주자. 빨리 내보내는 거야.

근데 손톱하고 죽는다는데 진짜 죽으면 어쩌지.

복잡한 마음과 불안감이 스피드를 내지 못했다.

싸울 기세로 싸나웠던 얼굴은 나와 두 손을 맞잡는 순간 누그러졌다.

"어때 사는 게? 죽고 싶은 생각 안 하고 사나?"

"글쎄요"

"행복한가 보고만 나는 매일 아파트 베란다서 떨어지고 싶어. 근데 어느 날은 머리가 맘에 안 들고, 어느 날은 내 얼굴이 맘에 안 들고, 오늘은 정말 죽으라고 베란다 난간을 잡았는데 이 더러운 손톱이 미치겠는 거야."

주저리주저리 자신이 죽지 못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는 듯 들렸다.

순간 여자의 얼굴이 궁금했다.

매일 죽고 싶은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용기 내어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친 듯했으나, 내 눈을 통과한 현실이 아닌 죽어서야 갈 또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듯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용기를 내자. 이 여자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주자.

"죽는 거보다 어떻게든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늘 어떻게 행복할 수만 있을까요. 힘내세요 손님. 오늘 가셔서 가족들과도 얘기 나눠 보세요. "

내 생각에도 흔히 말하는 영혼 없는 말처럼 들렸을 것이다.

여자는 몸을 뒤로 젖히며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몰라 몰라 죽고 싶다니까."

드디어 빨간색 핏빛 컬러가 열손가락에 발라졌다.

빨간색은 여자의 하얀 손에서 분리되어, 둘 사이 공간 위로 둥둥 떠 있는 열개의 징검다리처럼 보였다.

삼십 분 동안 내내 덜덜 떤 내 심정을 알리 없겠지.

여자는 진짜 죽지 않을 얼굴이 되어 손톱을 바라보며 연신 히죽거렸다.

"죽은 나를 보고 사람들이 뭐라 할까. 참 손톱이 이쁜데 왜 죽었을까 그러지 않겠어?

일단 죽고 싶은지 올라가 볼게."

"아 손님 그러지 마시고 가족들하고 얘기를 나누세요."

진짜 죽을까 봐 심장이 두근거렸다.

마침 다급하게 나이 드신 여자분이 들어왔다.

여자의 엄마인 그녀는 여기저기 딸을 찾으러 다닌듯했다.

등짝을 철썩철썩 두대나 때리더니 연신 내게 죄송하다고 했다.

"제발 좀 나 좀 살자. 집에 얌전이 좀 있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이고 죄송합니다. 얘가 어제 병원에서 나와서요. 여기 얼마죠?"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본 것인가.
질질 끌려가다시피 그 여자는 내 샵에서 퇴장했다.

"죽고 싶지 않아 지면 이따 발 하러 올게. "

그 여자의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작은 공간 벽을 부딪치며 울리는 듯했다.

샵에 또 진짜 올까 봐 일찍 문을 닫고 남편한테 전화해서 살 떨리는 삼십 분 상황을 전했다.

"오빠 근데 그 사람 죽으면 어쩌지."

"그 사람 죽을 사람 아니다. 죽고 싶은 사람이 손톱을 그렇게 하고 가겠니?'

남편은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쉬라고 고생 많았다고 위로해 주었다.


마음에 든 손톱을 베란다 난간에 올리고 이제 진짜 죽으면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을까.

아님 그지 같은 발을 보고 오늘도 죽고 싶지 않은 날이군 그랬을까.

그래서 다시 가게를 찾아왔을까.

그 후 상당 기간 그 여자를 생각했다.

아파트에서 누가 죽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자는 죽지 않은 듯했다.

빨강 손톱을 한 여자가 죽었다면 더 유별날 수 있으니 모를 일이 없지 않은가.

오늘도 죽을 준비가 되지 않아서 못 죽는 건지,

죽지 않을 이유를 어떻게든 찾아서 살고 있는 건지.

여자는 첨부터 죽는 거에 미쳐 살진 않았을 텐데.


연예인이든 아는 누구든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날 때,

웃는 얼굴로 학교 갔다 올게요 한 학생이 검은 봉지를 뒤집어쓰고 죽었다는 안타까운 죽음을 접했을 때,

왜 죽었을까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유가족들은 말한다.

죽을 이유가 없었다고.

누가 알겠는가 살 수밖에 없는 단 한 가지를 못 찾고 이 세상과 이별한 많은 이들의 생각을 말이다.

떡볶이 마저 생각이 안 날 때에는 어찌 되는 것일까. 조금은 비겁해 보이고 유치하게 생각될, 단 하나의 죽지 않을 이유를 정말 죽기 직전 떠오른다면 그것 또한 천운일까.

죽지 않을 이유가 한 가지도 없다면 어찌 되는 것일까.
우리는 떡볶이든 손톱이든 죽을 수 없는 백가지 천 가지를 마음에 두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참 다행이다.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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