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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경 Apr 27. 2022

모래시계

은빛 사연들이

처연한 낙화落花가 되어

우수수 내려앉는다

     

生을 연명延命하니

흥건한 삶의 자취가

수북이 쌓여 불룩하다

     

낙하落下하는

찰나의 순간마다

얼마나 곱게

은빛 꽃을 피웠을까

     

환영幻影같은 삶일 지라도

다시 처음으로

뒤집어놓을 수는 없다

     

/      


시간은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시간과 동시에 삶이 시작되었기에 시간은 영원할 거라 생각하지만 언젠가 멈출 것이다. 시간이 멈춘다는 것은 생이 멈춘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을 운용할 권한이 내게 없기에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 모른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상 위에 놓인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삶이 흐르는 것과 멈추는 것을 지켜본다. 15분용이다. 시간은 상대적이기에 삶의 유통기한은 15분일 수 있다. 우주의 시간으로는 백 년의 시간도 눈 깜빡하는 사이라고 하니 시간의 양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 알 한 알 떨어지는 그 순간만이 살아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 모래시계 / 2022. 4. 27.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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