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떠나보낸 후 매주 친정집에 간다. 작은오빠는 결혼 후에도 매주 어머니네 와서 집안 청소며 까탈스러운 어머니의 잔심부름을 묵묵히 했다. 큰오빠는 스무 살부터 섬 밖으로 나가서 오랜 시간 해외 생활을 하느라 집안 대소사는 늘 작은 오빠의 몫이었다. 그런데 강인한 제주 여인이시던 어머니도 자식 일에는 조금씩 무너지신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앞마당 관리를 안 하시겠다던 어머니는 작은 오빠의 도움으로 더 울창한 마당을 가꾸셨건만 이제는 정말 손을 놓으셨나 보다. 때마다 꽃 욕심을 내서 새 식구들을 집안으로 들이셨는데 이제는 있는 식구들도 하나둘 정리하시고 예전만큼 마음을 두지 않는다.
주인의 손길이 예전 같지 않음에도, 예전만큼 화사하지는 않지만 앞마당에는 이름 모를 작은 봄꽃들이 울긋불긋 피어나고 있다. 오빠의 따스한 손길이 봄바람을 타고 와서 마당을 곱게 어루만지는 듯하다. 햇살이 따사롭고 평화로운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