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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경 May 15. 2022

시절인연時節因緣

나는 햇살입니다

나는 바람입니다

     

나는 

햇살이 되어

바람이 되어

붉게 익어가는 중입니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하루하루 

당신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묵연히 기다리는 중입니다 

    

어느 봄날

맑은 소식이 들려오면

누구든 날 데리러 오세요

     

나를 깨우러 오는 이라면

먼 길 떠나는

동박새여도 좋아요

     

바람 따라 일렁이는 

청보리여도 좋아요  

   

당신과 나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되어

필연必然으로 만날 테니까요  

   

/     


아주 가끔,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 때 뜬금없이 아이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의외로 아이들은 간명하게 답을 주는 경우가 많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며칠 전 아침이 그랬다.

“얘들아,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는데 능력이 부족한 것 같고 점점 용기도 없어진다. 그만두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해야 할까?”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다.

“꽃들도 피는 시기가 모두 다른 것처럼 선생님도 꽃 피는 시기가 다른 거예요. 늦게 피는 꽃이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잖아요.”
“열등감을 갖지 말고,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꾸준히 실력을 쌓으세요. 큰 그릇은 늦게 완성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대기만성大器晩成이요.”

저마다 한 마디씩 하거나 눈빛으로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기특했다. 나를 붙들고 있던 물음에 대한 답은 바로 저 아이들에게 있었다. 스승은 멀리 있지 않다. 

# 시절인연時節因緣 / 2022. 5. 15.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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