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말을 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깊은 공백을 듣는다
그때
그대의 말은
푸른 언어가 되어
봄햇살로 피어난다
그때
그대의 말은
하늘이 되고
바다가 된다
하얀 공백과
파란 호흡 속에는
한 사람의 내력來歷이
온전히 담겨있으니
공백까지 모두 읽을 때
호흡까지 모두 받아들일 때
그 사람과 하나가 된다
/
우리는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듣지 않는다.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듣고 자신의 기대와 다르거나 거슬리는 단어 하나에 꽂히면 대화 전체를 왜곡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언어는 언어의 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이처럼 한 사람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언어의 공백과 호흡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공백空白 / 2022. 5. 21.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