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전에 자필로 당신의 삶을 정리해놓은 글이 있었다. 그 첫 장에 ‘인생은 떠나면 먼지와 같다’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인생은 아름답다’는 부제와 함께. 참 아이러니한 표현이다. 아름답지만 먼지와 같은 것이 인생이라니. 지금 이 순간 살아있기에 봄날의 화사한 꽃처럼 아름답지만 유한한 삶 앞에서 사라지면 먼지 한 줌도 안 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삶을, 매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늘 생각하게 하는 의미심장한 말씀이다. 오랜만에 아버지 돌아가신 다음 해에 제작한 <나의 일생> 중 ‘마지막 여생 정리’ 글을 읽어본다. 가슴이 뭉클하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로 다짐한다.
생전에 아버지께서 술 한 잔 드시면 자주 흥얼거리시던 노래 중 하나가 '봄날은 간다'였다. 간드러지게 부르실 때마다 어린 마음에도 왜 저리 구슬플까 싶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나이가 되니 조금은 알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