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면 올 한 해 농사를 어떻게 지어볼까 늘 구상을 한다. 그중 하나가 4월부터 시작한 ‘글쓰기’이다. 매주 주제를 정해 주면 아이들은 글을 쓰고 나는 거기에 댓글을 단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글쓰기만큼은 손글씨 방식을 고수한다. 손으로 글을 쓰면서 잠깐 멈춰 생각하기도 하고 가끔은 지우개로 쓱쓱 지우는 소리를 듣기도 하면서 자신의 속도에 맞춰 정성스럽게 글을 쓰는 일에는 늘 여유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게다가 손글씨 댓글을 달아주니 몇몇 아이들은 제법 자기만의 이야기를 몰래 꺼내놓기도 한다. 또박또박 곱게 쓴 손글씨 속에서 아이들의 골똘한 모습이 그려지고 글 속에서 제각각의 향기가 느껴지기에 아이들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들여다보는 재미가 솔솔 난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몇 줄 적지 않더니 한 줄 두 줄 길어지고 가끔 질문을 던지면 깨알 같은 글씨로 답을 하거나 이모티콘으로 응답한다.
조막손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이다운 순수함을 엿본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다고 해도 아직은 마음 깊은 곳에 순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걸 믿고 싶다.
매주 정한 주제에 대해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래 소도리 하면서 다양한 아이들의 베롱베롱한 마음을 엿보고 염치없지만 여기에 젓가락을 올려 나의 생각도 덧붙여 보고자 한다. 어쩌면 아이들 속에 곱살이 껴서 잃어버린 순수를 느껴보고 싶은 나의 욕심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