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의 3월에 대하여

by 풍경

고대하던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올해도 마스크를 낀 채 아이들과 처음 만났다. 너무나 익숙해진 마스크 만남이 속상했다. 어리숙한 듯하면서도 똘똘한 눈망울들은 중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함빡 담고 있었다. 나 또한 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지 생각이 많다. 특히 모든 게 낯선 중1 아이들에게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말하는 일은 참으로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가끔은 이 아이들이 나에게 수행자의 길을 걷게 하는 꾸러기 보살 같은 생각이 든다.


3월 한 달이 훌쩍 지나갔지만 엄연하게 말하면 그중 절반은 비대면 수업을 하였으니 온전한 한 달은 아니었다. 그나마 작년 한 해 동안 줌 수업에 익숙해져서인지 온라인 수업에 따른 안내도 딱히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기계치인 내가 아이들의 도움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어색했던 실시간 수업도 이제는 익숙해졌고 화면 속 아이들의 모습도 때로는 교실에서보다 더 밝다. 이것저것 선생님이나 애들 눈치를 볼 일이 없으니 더 자유로워 보이고 여유가 있다. 다만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통제를 받는 일이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루 종일 자기 방 안에서, 컴퓨터 속 공간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수업을 받는 일의 피로도가 상당이 높고 분리된 공간의 특성상 잔꾀를 부리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서 당황스러운 경우도 많다.


어쨌거나 창살 없는 감옥 같은 방 안에서 종일 쭈그리고 앉아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참 안쓰럽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텅 빈 교실에 혼자 앉아서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내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함께 맴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여 혁신을 말하고 혁명을 말해도 여전히 나는 단어가 주는 과격함이 부담스럽다.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되는 고성능 정보화 기기에 발맞춰 나 또한 꽁무니 빠지게 쫓아가고는 있으나, 이 길이 과연 바른 것인가에 대해서는 늘 회의적이다. 기계치의 변명일 수도 있으나 최첨단 기기를 사용하여 수업 자료를 개발하고 아이들의 눈을 유혹하는 일이 교육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까. 가장 인간다운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베롱베롱 이야기

우리 반 아이들의 아꼬운 마음입니다. 소도리 하지 말곡 살짜기만 봅서예..


“첫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지내 보고... 처음으로 시작해 본 일이 너무 많았던 3월이었다. 난 원래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 처음엔 중학교가 나에게 너무 크고 무서운 세계로 다가왔었다.... 그래도 조금은 용기를 얻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4월, 5월, 6월... 그렇게 다시 3월이 올 때까지 내가 더 많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중학교에 와서 처음 보낸 한 달이었는데 만난 지 기껏해야 한 달밖에 안 된 친구들이 벌써 만난 지 1년이나 된 거 같은 느낌이다. 사실 중학교 오기 전에는 교칙이 너무 까다로우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다 기본적인 것들이고 친구도 많이 사겨서 너무 좋은 3월이었다!”
“초등학생이었다가 이제 중학생이 됐다. 중학교에 와서 신기했던 점은 반에 남자애들이 없다는 것이었다.(너무 좋아 YE! YE!) 반에 남자애들이 없어서 체육복도 그냥 안에서 훌렁훌렁 갈아입을 수 있었다..... 학교에 빨리 와서 친구들이랑 얘기도 하면서 얼굴이랑 이름을 빨리 외워야겠다. 나의 3월 이야기는 우리 학교와 우리 반 친구들과 익숙해지는 시간인 것 같다.”
“... 나의 3월은 등교, 온라인 수업, 등교, 온라인 수업이었다. 얼른 코로나가 끝나 마스크를 벗고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
“3월 2일은 내가 진짜 중학생이 된 느낌이 나는 하루다.... 학교 가는 길도 몰랐었고 학교 주변에 뭐가 있는지 하나도 몰랐지만 점점 학교에 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알게 되었다. 학교 규칙들도 신기하고 이상했다. 초등학교랑 너무 달라서 신기해했던 3월이었고, 온라인도 계속 학교랑 똑같이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ㅜ o ㅜ 그래도 좋았던 3월이다.”
“3월은 내가 중학교에 처음으로 온 달이기 때문에 설렘 10%, 걱정 20%, 두려움 20%, 고민 30%, 기대 10%, 힘듦 10%였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특별히 뭘 한 건 없고 한 거라고는 친구 사귀고 내 일상 패턴을 바꾸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조금 덜었다는 정도? 그래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 행복했던 달이었다....”
"... 3월 좀 지나서 반장선거를 한다고 했다. 나는 자신이 없지만 도전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나갔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더니 반장이 되었다. 부족한 나지만 최선을 다해 1학기를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내 3월 한 달은 바쁘게 지내다 보니 눈 깜짝하니 4월이었다. 행복하고 이쁜 3월을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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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꼽다 : '귀엽다', '사랑스럽다'의 제주어. 주로 아이들에게 많이 쓰는 표현입니다.

*살짜기 : '살짝'의 제주어

*봅서예 : '보세요'의 제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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