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의 테는
바람의 시간을 타고
한 줄 두 줄
생각에도 빗금을 긋는다
천 년을 버틴
소나무는
제 나이를 알까
텅 빈 하늘,
드넓은 바다,
스치는 바람도
나이의 테가 있을까
나이가
연륜年輪이 되어
삶을 뒷받침해 줄 때
곧은 획을 긋자
나이가
연륜年輪이 되어
영혼을 맑힐 때
깊은 획을 긋자
빛나는 영혼의
나이테를 위하여
삶의 맑은 결인
나의 테를 위하여
*테 : 물건의 둘레를 띠 모양으로 두른 것, 일정한 한계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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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오름 정상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옆 자리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이가 드니까 이젠..."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두 분이 나이 듦에 대한 소회를 말하고 계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 40대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 두 명이 그 자리에 앉더니 다시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이는 정말 드는 걸까.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고령의 소나무를 올려다봤다. '너는 나이를 아니?' 나이테를 문득 떠올렸다. 하지만 모든 나무에 나이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후나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니 나무의 나이를 가늠할 잣대가 정확하지 않다. 사람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에 누구를 기준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 다르다. 사실 나이 듦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햇수가 오래되었다는 것일 뿐인데 비교가 들어서면 서글픔이 끼어들기도 하고 두려움이 끼어들기도 한다.
법정 스님께서는 거죽은 언젠가 허물어져도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며 거죽에 신경 쓰지 말고 영혼을 맑게 가꾸라고 하셨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테를 셈하지 말고 삶의 결인 나 자신의 테를 맑게 가꾸는 일에 관심을 두는 건 어떨까. 그때 나이는 진정한 연륜이 되어 삶을 단단히 뒷받침해 줄 수 있고 영혼을 맑히는 잣대가 되어 지혜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중심에서 사는 사람 / 법정 스님
거죽은 언젠가는 늙고 허물어진다.
그러나 중심은 늘 새롭다.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
영혼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그런 빛이다.
어떻게 늙는가가 중요하다.
자기 인생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중요하다.
거죽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중심은 늘 새롭다.
거죽에서 살지 않고
중심에서 사는 사람은 어떤 세월 속에서도
시들거나 허물어지지 않는다.
# 나이테, 나의 테 / 2021. 6. 20.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