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琉璃窓

by 풍경

창 밖으로

바라본 세상은

무채색이다


어떤 색도

덧바르지 않아

세상은 청정淸淨하다


생겨나고

사라져도

아무 이유가 없으니


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고요하고 평온할 뿐이다


창 안으로

바라본 세상은

유채색이다


마음의 붓으로

색을 입히니

세상은 늘 봄이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들은


모두 내가

만드는 것이니


붓을 들어

맑고 향기롭게

색칠을 한다


/


요즘 핸드폰 카메라는 워낙 성능이 좋아서 평범한 사람도 수려한 사람으로 만들어낸다. 처음엔 그 기능에 혹하여 이런저런 배경으로 필터를 바꿔가면서 눈을 즐겁게 했었다. 그러다 문득 어떤 게 진짜 모습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인 척하면 진짜가 되나.

세상은 온통 본질을 가리고 겉을 화려하게 포장하여 마치 그것이 진실인양 왜곡하는 일이 만연하다. SNS는 화려한 색감으로 사람들 마음을 자극하고 거기에 동요된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맑은 본바탕에 자꾸 덧대는 일이 익숙해져 버렸다. 게다가 내 안의 세상은 늘 바쁘고 정신없다. 해야 할 일은 쏟아지고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일을 찾아 나서면서 쉴 틈 없다고 푸념한다.


세상은 매 순간 한 컷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이 한 컷에 무수한 해석을 달아서 좋고 나쁨으로 나누고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며 울고 웃는다. 또 오관이 느끼는 대상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한다. 어떤 분별도 시비도 없다면 감정의 동요도 없을 것이며 무심할 때 마음은 고요할 것이다. 그리고 내 안의 세상을 내가 만든다면 굳이 삐딱하게 삶을 비틀어 볼 필요가 있을까.


세상 밖 일들은 어떤 편견도 없이 무채색으로 바라보고 내 안에서는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떤 경계에도 끄달리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 서 있든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삶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살아가자. 그 자리가 곧 진리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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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창琉璃窓 / 2021. 6. 19.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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