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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에스필름 Mar 16. 2024

거미집 리뷰와 해석

 1970년, 성공적으로 데뷔를 했지만, 치정극만 찍는 삼류 감독으로 전락한 김열이 다 만든 영화를 결말만 바꾼다면, 걸작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결말을 재촬영하는 일련의 상황을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장르는 블랙코미디 스릴러 장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긴장감을 주는 몇몇 장면들과 힘든 상황 속에서 터지는 잔잔한 웃음이 매력적입니다. 송강호 배우의 연기는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줍니다. 해학적이면서도 안쓰러운 김열 감독의 모습을 잘 표현해냅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70년대를 잘 구현한 세트 디자인과 의상들도 잘 고증되어 흥미를 자극합니다. 또한 전쟁터와 같은 영화 촬영 현장을 볼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유신시대의 검열관을 속이고 조롱하는 장면은 통쾌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블랙리스트가 횅횅하는 시대에 의미를 함의하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노라고 할때 예스를 외치는 남자

 재촬영을 게획한 김열감독 하지만 모든 상황이 노를 외치고 있습니다. 제작사 대표인 백회장이 가장 먼저 반대하고 나서고, 검열기관에서도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검열을 통과 받지 못합니다. 거기에 배우들까지 재촬영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첩첩산중인 김감독에게 과연 재촬영은 가능한 미션일까요? 모두가 자신으로부터 등돌린다는 사실을 알게된 김감독은 결국 좌절하고 맙니다. 하지만 꿈처럼 나타난 죽은 스승 신 감독이 김감독에게 용기를 줍니다. 자신을 믿고 모든 것을 불태워 보라하죠. 그후로 김감독은 어려움 속에서도 촬영을 밀어붙이게 됩니다. 


영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

 김열감독의 영화는 신감독의 영향아래에 있습니다. 영화 속 불타는 씬은 마치 신감독이 마지막으로 혼을 불태우며 찍었던 유작을 보는 듯 했습니다. 호세의 유림과의 불륜은 영화 속 관계에서도 반복되곤 합니다. 이렇게 현실과 영화과 상호작용을 했습니다. 유림은 호세에 대한 분노를 들어내며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게 됩니다. 김열 감독은 신감독의 마지막 시나리오로 입봉했다는 오명을 이기고 결국 영화적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처음 신여성의 복수극이라는 의도를 잃어버린 채. 기괴한 거미 줄에 갇힌 모습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신감독의 시나리오를 훔쳤던 자신을 단죄하기 위한 결말일까요? 아니면 반공 영화로 포장하기 위해 공산주의자를 모두 거미집에 매달아버린 걸까요? 


플랑 세캉스. 롱테이크의 미학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마지막에 등장하는 롱테이크 씬입니다. 영화 속에서 플랑 세캉스라고 하는 한 장면에서 컷을 한번도 하지 않고 찍는 것을 말하는데요. 하필이면 그렇게 액션이 많은 장면을 한 번에 찍어려 하다니. 대단하단 생각이 들면서 미련하단 생각도 함께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장면을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이 장면을 촬영하기까지 들이는 배우와 스텝들의 노력이 재밌고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 고된 몸동작이 웃음을 자아냈지만, 영화 속에선 그런 우아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이 따르는지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t16_SJYghrU?si=8JmwxhiiZsIIpG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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