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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에스필름 Mar 17. 2024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리뷰와 해석

 영화를 다보고나니 어머니의 노래가 귓가를 맴돕니다. 모자의 잔잔한 일상의 모습을 지켜보다보면, 마음 속에 잔잔한 긴 파문이 일어납니다. 그렇게 담백하고도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갈등을 풀어가는 극 이야기 전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해 드리기는 어려운 영화일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영화속 앵글은 고정되어 오랫동안 인물을 응시합니다. 때때로 인물이 사라질 때도 시선이 계속 머물곤 합니다. 한 화면안에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컷은 최소화 됩니다.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깊고 짙어 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동민과 어머니의 관계는 그리 살갑지는 않지만 무심히 서로를 세심하게 바라보며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세편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모자 사이의 다른 시간과 장소를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 이들 모자는 세월을 겪어오면서도 회한이나 분노 없이 자연스레 수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암에 걸렸음에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집착 또한 느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이혼한 남편이 돌아오면 받아주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요. 지난 사랑에 대한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면 분노할 법도 한데. 스스럼 없고 자유로운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김혜정 배우의 꾸밈 없는 모습이, 영화 속에서 마치 현실 속의 인물 같은 에너지를 주었습니다.


 1. 군산행

 어머니가 보일러가 고장났다고하여, 아들을 부르게 되고, 아들이 어머니의 집을 방문하며 함께 하루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담담하면서도 지리멸렬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일하는 노래방에서 아버지의 재혼 소식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아들 앞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고독하게 홀로 삶을 사는 어머니의 모습과 어머니를 걱정하며 쉽사리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 속에서 잔잔한 여운을 느끼게 됩니다.


2. 태평산부인과

 1에서 버스에 오른 아들이 도착한 곳은 과거입니다. 어머니는 1에서보다 젊습니다.  어머니는 또 노래를 부릅니다. 아들은 아침에 봉국사에 들릅니다. 밤이된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시 봉국사로 향합니다. 분명 아들은 자전거를 타지 못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절로 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고정되 있던 앵글은 처음으로 아들의 움직임을 따라 밤거리를 이동합니다. 절에선 한 남자가 탈춤을 추고 있습니다. 남자의 춤을 보고 있는 데. 전화 소리가 울리죠. 방금 전까지의 장면이 꿈이었던 것이죠. 어머니는 술에 취해 아들을 부릅니다. 봉국사는 3부에서 어머니가 아들들의 행복을 위해 기와장에 기도를 올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꿀을 꾸고난 후 아들과 어머니는 웃기도 하고 감정을 드러내며 서로의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합니다. 


 아침에 들렀던 절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는 부분에서 절은 아들의 기원 같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타지도 못하는 자전거를 타는 부분은 불가능한 시간의 돌이킴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아들은 어떤 시간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함께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편의 제목이 아들이 태어난 태평산부인과 앞이고, 엄마가 데리러 오라는 곳도 바로 태평산부인과 앞이었습니다. 탈춤을 추는 남자의 사진이 어머니의 방안에 걸려 있는 걸보면, 이 탈춤추는 남자는 어머니와 아들의 행복한 기억을 상징하는 걸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희망을 찾아서

 영화의 시작은 장기와 시신 기증을 위해 의사와 면담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어머니는 수면제를 더 강하게 처방해줄 것을 요구하죠. 3편 내내 담담한 어머니의 일상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픈 몸이끌고 어려운 상황속에서 현실을 살아나가려는 어머니의 당당한 모습이 마음을 움직입니다. 때때로 홀로 사는 모습 속에 고독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마지막에 아들을 찾습니다. 병원에서 보호자를 불러오라는 말 때문이죠. 아마도 장기와 시신 기증 문제 때문인 듯합니다. 마지막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마음을 쓰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잔잔한 울림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들의 어릴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나오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가 마지막에 알리는 것은 담담한 아버지의 죽음입니다. 


 영화가 말하는 희망은 무엇일까요? 고단한 삶 속에서도 기증을 통해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갖고 아들의 행복을 기원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아들의 얼굴을 원하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뭔가 희망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소소한 삶의 행복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존재는 영화 속에 짧게 한번 등장할 뿐이지만, 어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계속 언급됩니다. 사랑했지만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존재로서 말이죠. 결국 죽음을 통해서 마음 속에서도 떠나 보낼 수 밖에 없게 된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YuN8oyJdFks?si=bjHsLbXTKPgqwM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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