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는 10년만에 감옥에 나온 최수혁이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과거 폭력의 세계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폭력을 바라보는 방식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멋진 액션장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데뷔작으로서 흥행에 대한 욕심을 부릴법도한데 의미있는 이야기를 해낸 정우성감독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10년전 수혁은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직의 보스를 살해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이란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수혁은 가장 먼저 사랑했던 여인을 찾아갑니다. 여인은 그에게 평범한 사람이 되었을 때, 다시 찾아오란 말을 합니다.
그가 감옥에서 나오자 조직은 회사로 이름만 달리했을 뿐 여전히 건재했습니다. 보스인 회장은 아직도 수혁을 아껴 그에게 돈을 주고 함께 일하기를 원하죠. 하지만 수혁은 모든 것을 거절한 채, 폭력의 세계에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려 합니다. 사랑하는 딸과 여자와 함께 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조직의 2인자 강이사는 수혁의 존재가 두렵기만 합니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거라 믿고 그를 처리할 세탁소를 고용하게 됩니다. 세탁소는 수혁의 사랑하는 연인을 살해하며, 딸을 납치해 갑니다.
조직을 일망타진해 보스를 살해할 정도의 실력자인 수혁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복수보다는 딸을 보호하는 것에만 신경을 씁니다. 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폭력을 휘두를 뿐, 애인을 잃은 복수는 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영화 아저씨만 보더라도 엄청난 폭력이 난무함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를 지키려는 노력보다 분노가 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 설계된 영화처럼 보였죠. 하지만 보호자는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카타르시스를 포기하면서도 온전히 소중한 존재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폭력을 최소화하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첫 데뷔작이고, 관객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는데 굳굳히 밀고 나가는 영화를 보며 정우성 감독의 영화를 응원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호자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버리고 딸을 보호하는데 성공합니다.
수혁은 세탁소를 살려둔 덕분에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죽음의 위협에서 살아난다는 설정은 재미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수혁의 차를 타고 가던 세탁소 일행이 강이사의 공격을 받게 되는 설정 같은 것입니다.
폭력을 최소화하는 영화이지만, 10년 전 과거를 다루는 장면에서 멋진 액션 장면이 나오는데요. 폭력의 세계에 있던 수혁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필요했던 장면이었습니다. 불이 꺼진 클럽에서 오직 칼로만 조직원들을 처리하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은 멋지더군요. 불이 꺼져 있다는 설정 또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두운 화면 탓에 잔인하고 잔혹함을 덜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고르자면 역시 김남길 배우가 맡은 세탁소의 성준일겁니다. 세탁소는 2인조 살인 용역 집단인데요. 자칫 강이사와 최수혁의 2인의 대립구도로 지루해질 법한 순간 나타나 3인구도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듭니다. 성준은 순수함과 악이 동시에 공존하는 조커 같은 인물인데요. 저는 정우성 감독이 출연했던 김지운 감독의 영화 좋은놈나쁜놈 이상한놈에서 송강호 배우가 맡았던 이상한놈의 캐릭터가 생각이 나더군요. 시종일관 가벼우면서도 유머러스한 태도가 무거운 이야기에 윤활류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김남길 배우의 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https://youtu.be/_3el_x34e0Q?si=HHl4B8MokDor3gx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