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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에스필름 Mar 20. 2024

영화 춘천,춘천 리뷰와 해석

 춘천, 춘천은 서울에 취직을 하려다가 실패하고 좌절한 청년 지현과 오랜만에 춘천을 찾은 중년커플의 두 이야기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춘천은 안개로 뒤덥힌 영화 속의 묘사처럼 옅은 우울감을 깔고 있는 공간입니다. 지현에겐 오랜 좌절의 공간이면서 중년 커플들에게는 회한에 쌓인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공간적인 묘사처럼 영화는 이 우울의 얇은 막을 끝까지 끌고 나갑니다. 


과거는 이미 지났지만

 과거는 이미 지났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란 과거의 영향을 받는 존재입니다. 지현은 과거를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허름한 현실에서 오는 절망을 체감합니다. 

 이미 각자 가정을 가진 중년 커플은 현실의 가혹함을 이미 아는 나이지만, 사랑을 꿈꿉니다. 아마도 인터넷을 통해 대화를 나누던 둘은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미 둘은 오래전 다른 애인과 이곳을 방문했었습니다. 너무도 달라져버린 공기이지만, 같은 공간입니다. 둘은 회한에 잠깁니다. 돌아간다면 달라질 수 있을까? 질문해보기도 하지만 모두 소용없는 일이죠. 이들의 만남은 어쩌면 하룻밤의 불장난과도 같을지 모릅니다. 덧없고, 너무도 짧습니다. 각자의 가정이 있기에. 미래를 기약할 수 없죠. 여자는 외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몰래 만날 수도 없습니다. 과거를 떠올리며 함께 춘천을 여행하던 그들은 서로의 마음이 열리려는 순간 더 깊은 슬픔 속에 빠져듭니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별이라는 미래로 향하는 현재일 뿐입니다. 

 

반복되는 소재의 의미

 때 마침 춘천에서는 마라톤 대회로 시끌벅적합니다. 목표를 향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하지만 지현과 이 중년의 커플에게는 버겁기 만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라톤 선수들의 길을 막고 서있는 존재처럼 보일 뿐입니다. 영화는 이 장면을 느린 화면으로 처리합니다. 갈 길을 잃어버린 지현과 중년 커플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마찬가지로 도착한 소양강의 모습도 안개가 자욱해 흐리게만 보입니다. 과거 우람해보였던 소양강의 모습은 지금은 처연하게 보일 뿐입니다. 

 우연히 발견한 사마귀는 겁도 없이 도망가지도 않고 가만히 머뭅니다.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가만히 두면 떠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머물기만 하죠. 마치 길을 잃은 중년 커플과 지현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청평사에 도착한 지현과 커플은 모두 무언가를 기원하고 절을 올립니다. 지현은 과거를 떠올리며 친구 어머니의 가게에 들러 위안을 얻습니다. 중년 커플 또한 과거를 추억하며 서로에게 위안을 얻습니다. 그들이 절을 올리며 빌었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지현이 빌었던 것은 춘천을 떠나 서울에 취직하는 것이었을 테고, 중년 커플이 원했던 건 사랑이었을까요? 하지만 이들의 기원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현은 돌아오는 길 추위를 피해 배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배의 문을 닫혀서 열리지 않습니다. 팔을 크게 휘저어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마치 지현이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고, 중년 커플은 쓸쓸 이별을 맞게 되죠.  


일상이라는 영화

 영화는 옅은 우울 속에 잠겨 부유합니다. 인물들은 그 속에서 멈추지 않고 어딘가로 떠나고 위로를 원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 모든 행위는 부질없는 행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알면서도 행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삶의 속성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https://youtu.be/Rpx-PrtmkuA?si=4TXxnNHm9b_UNC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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