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ar Is Born
스타이즈본은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우던 앨리가 우연히 락스타 잭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아름답지만 슬픈 러브스토리입니다.
상승과 하강의 스토리
다정하기만한 잭과 앨리의 만남에 이렇다 할 악당이나 방해자가 등장하지 않아서 초반은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이 주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이렇게 평탄하기만해서 이야기가 될까? 라는 의문이 있을 때쯤, 잭이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음악적으로 성취해나가는 앨리와 다르게 잭은 점점 정점을 찍었던 커리어가 하강하기 시작합니다. 질투와 시기심이 잭의 마음속에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알코올과 약물로 잭은 작아져만 가는 자신의 현실을 회피하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의 학대로 잭은 아주 불안한 내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잭과 앨리는 다투기 시작합니다. 갈등은 극의 활기를 불어 넣지만, 이야기는 서서히 비극으로 향해갑니다. 잭은 앨리를 사랑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이야기에서는 성공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잭이 앨리를 사랑할수록 잭은 더 빠르게 망가져 갑니다. 앨리가 상승해 갈수록 잭은 하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죠. 비극적인 이야기가 구조가 참 냉혹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야기는 정말 잘 짜여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서
영화를 보는데 좋았던 또 다른 점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렇다 할 악당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보통 음악 영화의 클리셰는 음반회사나 매니저 같은 인물들을 악당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게 없어서 너무도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악당의 존재는 이야기를 흑과 백으로 나누기 때문에 캐릭터를 평면화하고 이야기를 납작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악당캐릭터가 존재하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안정적인 하지만 아쉬운 연출과 연기
감독 블래들리 쿠퍼의 연출력은 안정적이었습니다. 화려한 무대와 듣기 좋은 음악을 잘 배치해서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너무 무난하게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감정이 와 닿을 정도로 리얼한 장면들이 아쉽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감상은 호불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초반부에 이렇다 할 이야기의 방해꾼이 등장하지 않았을 때는 좀 더 밋밋한 느낌이 들더군요. 후반부에 갈등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것 같아. 그게 오히려 아쉬움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배우 블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연기도 흠 없이 안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특별함은 찾을 수 없는 매끈함이랄까요. 연출에서도 느낀 아쉬움이 연기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건 연기도 디렉팅 할 수 있는 연출의 아쉬움의 연장선에 선 느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