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은 독재자 박정희의 죽음 후, 서울의 봄이라는 민주화의 시기를 맞게 되었던 대한민국에, 전두환의 쿠데타로 다시금 독재의 늪에 빠져버렸던 안타까운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극중 재미를 위해 감정적 진폭을 이용하거나 이야기를 지나치게 가공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부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전두광이라는 한 사람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었기에 쿠데타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잘못은 시스템적으로 전두광의 권력을 견제하지 못했던 군내부의 문제였던 것이고 다른 한편으론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할 만한 훌륭한 정치인의 부재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묘사하는 악보다 무서웠던 건 크고 작은 욕심에 흔들리는 평범한 군인들의 마음과 무능하고 겁이 많은 군 장성들의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가 바라보는 전두광은 카리스마 있는 군인의 모습이 아닙니다. 뱀처럼 야비하고 기회주의적인 인물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당근을 주며 유혹합니다. 박정희의 갑작스런 죽음 후 유용하게 된 비자금으로 많은 사람들을 포섭했다고 하죠. 매끈한 머리에 부드러우면서도 느끼한 말투를 쓰는 전두광의 모습은 딱딱한 군인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보입니다. 능수능란하게 자신을 바꾸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죠. 그런 간신과도 같은 모습으로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 권력을 쥐고 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 모습은 군인이라기보다 타락한 정치인처럼 보입니다. 황정민 배우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미끌거리는 뱀 같은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비쥬얼 면에서도 잘 고증이 되었더군요. 악을 미화시키지 않았던 점이 무엇보다 좋았던 것 같습니다. 때때로 영화를 만들다보면 악을 미화시키려하지 않아도 더 매력적으로 그려지기도 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황정민 배우의 매력있는 연기까지 있었으니. 결코 쉽지 않은 도전 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태신 장군의 모습은 다소 경직되어있지만, 누구보다도 군인으로서의 신념과 가치를 지킬 줄 아는 인물이죠. 전두광과는 배척되는 지점에 위치합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이 무능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작전을 지휘하고 지략을 짜내는 모습에서는 훌륭한 군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두광처럼 사람의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든다거나 당근을 제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두광에 패배하고 맙니다. 대부분의 신념의 강한 인물들이 악당들에게 지게 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정우성 배우의 연기 역시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유의 풍채에서 풍겨 나오는 포스와 기개가 이태신 장군의 강직한 면을 잘 표현해낸 것 같습니다.
영화는 12.12라는 군사적 쿠데타를 재조명함으로서 이태신 장군과 함께 전두광에 맞섰던 의로운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한편, 하나회라는 군 내부의 사조직의 정체를 드러내며 비판적 시선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흥행은 국민들에게 잊고 있던 근현대사의 암흑기를 다시 생각하며 반성해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무거운 사건을 다루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그 시도와 의미를 높게 생각합니다.
내용은 같습니다. 영화 영상은 없습니다. 소리로 듣고 싶은 분들은 유튜브 영상 시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