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은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소설이다. 주인공 이경은 당시의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시대에 억눌리지 않는 자신만의 철학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성으로 주위의 시선을 벗어나 거침 없이 행동하는 여성이다. 이 소설을 현대로 가져온다고 해도 그녀의 개성은 자유로운 인물이리라 생각한다. 또한 그녀는 도덕적인 잣대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녀는 특정 집단과 사상을 따르지도 않고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의 현대성은 나목이 오래된 작품이라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이경이라는 인물의 이러한 개성은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전쟁이라는 아픔과 참상을 소설은 모른척하지 않는다. 이경은 전쟁 중에 오빠들을 잃게 되는데. 그것이 자신의 어떤 선택 때문이라 자책하고 있다. 그것은 이경의 마음 속에서 방황을 낳게 된다. 자신의 미래와 사랑에 대한 갈등이 전개 될때, 이 아픔은 맞물려 더 큰 파고를 낳게 된다. 이 아픔은 전쟁이라는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의 상처를 다시 한 번 상기 시켰다.
물론 전쟁의 상처가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을 하지만 나목은 전쟁의 아픔과 상처에 침잠되는 암울한 이야기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소설 속의 인물들의 개인적인 면모에 주목해본다. 전통적인 가치가 전쟁의 참상을 치유할 수 없고 무력하게 무너짐을 목격함으로서 야기된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주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속에서 현대성적인 사회의 특성들이 발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 본다. 소설은 이경의 보여지는 특성처럼 명랑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와 이야기를 통해서 전개 된다. 표면적으로는 이경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안으로 깊이 들어가보다면, 이경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그것으로 시대와 민족의 아픔을 은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신파적이라거나 본격적으로 들어나지 않아서 세련되고 현대적인 소설로 읽혀질 수 있다.
예술로 형상화한 시대의 아픔을 화가인 희도를 통해서 보여주는데. 경아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아는 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로 희도가 순수하게 몰두하는 예술에 이끌리게 되는데. 희도는 안타깝게도 가정을 가지고 있는 남자이다. 이 가장으로서 가정을 부양해야하는 의무는 예술가가 자신의 순수한 예술에만 몰두 할 수 없는 사회적 책무에 대한 압박과 무게라고 생각한다. 경아와 희도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결국 그 의무와 상처 때문일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씁쓸한 결말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나목은 이야기가 풍부한 소설이다. 많은 인물과 사연들이 나오고 시대상과 아픔이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시대상을 제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보편성과 개인의 개성을 드러낸 섬세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오래된 작품임에도 고리타분하단 생각을 가질 세가 없었다. 경아의 명랑하고도 밝은 이야기 속에서 숨겨진 아픔을 발견할 수 있었다.
omn.kr/2aw1y 박완서 작가의 나목은 박수근 화가를 만난 경험을 통해 만들어 질 수 있었다고 한다. 해당 링크는 박수근 화가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기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