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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에스필름 Jan 08. 2024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은행에서 일을 하다가 뒤 늦게 대학으로 돌아온 나와 젊은 여교수는 수필 수업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 수업 중 생리가 터져 나를 돕게 된 여교수는 나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먼저 걷는 사람으로서 나를 걱정하고 도움을 주고자한다. 나 또한 여교수가 젊은 여자라는 것으로 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갖는다. 하지만 이 마음은 안타깝게도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온전히 서로에게 이해 되지 못한다. 나는 공부를 하면서 여교수가 겪었던 어려움들을 실질적으로 맡닥드리게 되고, 그것이 자신이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어쩌면 그보다 더하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여교수는 안타깝게도 교수를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이둘을 잇는 것은 용산이라는 공간에 살았다는 것인데. 이 둘은 용산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겪게 된다. 나는 가장 가까운 가족 조차도 사건의 피해자인 약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한다. 또하나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인데. 수필 토론 중에 써온 수필을 토론하다가도 심심지 않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겪게 된다. 약자를 혐오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또 다시 차별과 혐오를 자행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내가 가야할 길에는 이렇듯 학문적 성취와 별개로 넘어야할 것들이 산재하다. 나는 과연 이 것들을 넘어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소설은 그동안의 최은영의 소설보다 불편하고 읽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은 한 발 더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사회적 문제와 개인의 서사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보여주고 있다.  


 몫

 교지 편집부에서 만났던 정윤과 희영과 해진의 이야기이다. 정윤과 희영은 빛났던 존재들이다. 나는 그들의 글을 보면서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기지촌 여성들의 글을 쓰던 중 정윤과 희영의 관계는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정윤은 현실적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택하는 선택을 해 결혼을 하고 유학을 떠났고, 희영은 기지촌 여성에 관한 글을 쓰던 중 글 쓰기를 그만두고 기지촌 활동가의 삶을 택하게 된다. 나는 신문사에 취직을 해서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되었다. 각자다른 삶을 선택하고 다른 길을 걷게 되어 멀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들의 마음 속엔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남아 있음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었다.


일년

정규직 직원과 인턴으로 만난 다희와 나는 우연히 차를 함께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천천히 가까워진다. 직장 선배임에도 스스럼 없이 대하는 다해의 진솔함에 나는 매혹되고 나의 배려에 다희는 마음을 연다. 하지만 정규직 직원과 인턴 직원이라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해하고 상처주며 헤어지게 된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둘은 여전히 서로를 아끼지만, 더 한 발 자국 다가가지는 못한다. 이 작품은 대단히 미묘하고 섬세한 작품이었다. 관계에서 단순히 계급의 차이와 차별로 이야기 될 수 있었던 것을 인간적 호의와 연민으로 줄타기하는 소설이다. 나 또한 다가갈 수 없는 관계, 아끼지만 멀어져야만 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아름답고도 마음이 조금 아린 소설이었다.


답신

언니가 겪는 폭력적인 세상을 차마 눈감고 바라볼 수 없었던 동생과 그런 폭력 속에서도 자신의 가정을 지키는 것이 소중했던 언니의 이야기 였다. 동생이 언니를 폭력 속에서 벗어나게 하기위해 노력했던 것이 언니에게는 오히려 자신의 가정을 공격한다고 여겼던 언니의 안타까운 이야기다. 남성중심적 사회가 여성들에게 가하는 폭력이 직접적인 방식과 언니의 경우처럼 정신 속에 스며들어 의식 속에 뿌리 박혀버리는 불행을 보여준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젠더폭력적인 관점에서만 볼 수 있는 소설은 아닌 것 같다. 언니와의 관계가 파탄이 나고 언니로부터 배신 당하면서도 동생은 끝까지 언니에 대한 사랑을 놓치 못한다. 사랑이란 정말 복잡하고 포기를 모르는 감정인 것 같다. 동생의 슬픔과 따뜻한 사랑을 동시에 느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파종

상처와 폭력으로 가득찼던 유년 시절, 유일하게 그녀를 알아보고 사랑해주었던 오빠라는 인물의 부재를 그리는 소설이다. 그녀의 오빠를 닮은 듯한 소리는 어린 시절의 삼촌과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 어느 날 소리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오랜 시간을 지나 소리의 마음 속에 있던 삼촌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의 순간이 채워지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딸의 마음을 들어주지 않고 해야할 일만 훈육했었으나. 딸의 마음에 귀기울이며 학교를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어도 된다고 말한다. 오빠의 죽음 후 멈춰졌던 딸과 엄마의 마음이 이 순간 하나가 되어. 어린시절 함께 했던 텃밭을 함께 가꾸게 된다.  소중한 존재의 상실 뒤로 사라진 오빠의 사랑을 자신과 딸의 마음에서 파종하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소중한 존재를 기억하려는 발걸음의 시작이리라.


이모에게

어린시절 나를 돌봐줬던 이모에 대한 추억을 기리는 소설입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강한 사람이 되길 바랐던 이모는 그렇게 강한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어른이 된 나는 자연 스레 감정 표현이 서툰 어른으로 성장했습니다. 나는 이모에 대한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엄마에게 품을 감정을 양육해준 이모에게 느끼는 것일 겁니다. 이모에 대한 마음을 간직한 채 어느 새 이모와 닮은 모습으로 나이를 먹어 있는 내 모습을 발견 하게 됩니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기남, 딸 우경의 초대로 홍콩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자신의 딸이지만 거리를 두고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딸 우경에게 상처를 받고, 때로 우경을 무서워하기도 합니다. 딸 우경의 집에 머물면서 기남은 자신에게 험난하고 냉정하기만했던 삶을 반추해본다. 그 삶의 시간 동안 다정했던 딸 진경과 우경의 아들 마이클을 보면서 위안을 얻습니다. 기남은 누군가에게 다정했던 다정함을 받았던 시간들이 마음 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거라걸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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