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식 문답법
‘그 문답 속에는 무서운 뉘양스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가차 없이 증명하고 수용하게 되는 간명이’
이 소설은 소설 속 대사로 설명되는 것 같다. 네 명의 친구가 세월이 지나가면서 겪게되는 세월의 풍파와 삶의 궤적이 서로를 멀어지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안타깝고도 마음이 아픈 소설이었습니다. 경애도 부영도 정원도 나도 결국 세월의 흐름 속에 피해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경애의 잘못이 마음을 찌릅니다. 왜 끝까지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세상과 그들에게 보여야할 적의를 오히려 사랑했던 부영에게 고집 피우면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실버들 천만사
반희와 채운 모녀는 어느 날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이혼을 하고 혼자 살아가는 엄마 반희와 딸의 여행은 서로 몰랐던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는 한편, 여성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결코 녹녹치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누게 됩니다. 여행의 끝에 왔을 때, 반희와 채운은 세월의 깊이 만큼 벌어져 있던 관계의 틈을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매꾸게 됩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사모님.'
소설의 마지막 부의 이 대화가 소설의 제목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사람을 가리고 사람들의 속물 됨을 싫어하는 베르타는 싫어하면서도 속물적인 성당 사람들과 어울립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죽음을 통해서 성당 사람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을 다시 보게 하는 한 편. 마리아가 죽기전 함께 태극기를 팔러가던 그날 마리아의 구취에 입을 막고 역겨움을 느꼈던 순간을 기억하며, 자신 또한 속물적인 인간이었음을 고백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소설은 차별과 멸시를 피해 이억만리 바다를 건넜던 마리아를 통해. 한국 여성들의 아픈 과거를 보여줍니다. 그 먼곳에서도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인이기를 저버리지 않았던 그들. 쓰임이 다해져 내쳐져 힘든 삶을 살면서도 구김살 없이. 자신의 몫을 살아내는 그 삶이란 참 아름답고도 서글픈 마음이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무구
소미는 오래전 잊고 있던 친구 현수를 다시 만납니다. 처음에 한 번씩 가던 소미는 매일 친구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오랜 시간이 걸림에도 u시로 향합니다. 그리고 현수가 소개시켜준 땅을 사며 기대에 부풉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현수는 잠수를 탄 후 도망을 가버리고, 소미는 빚을 지고 산 땅을 떠안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 땅 주변이 개발 되면서 소미는 그 건물을 지어 임대료를 받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찾은 소미지만 여전히 u시와 그곳에서 만났던 현수를 잊지 못합니다. 그것은 그곳에 빚이라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희망을 꿈꾸던 젊은 시절의 소미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고, 한 때를 젊음을 나눴던 현수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깜빡이
혜영은 항상 까칠하고 직설적인 동생 혜진이 어렵게 느껴져 어쩔줄라 깜빡이가 되곤한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성격을 가진 어머니인 신숙과의 관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혜영은 가족으로서 해야할 도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모와 어머니 그리고 혜진과의 만남자리를 연결합니다. 혜진은 티격대며 나올것 같지 않다가 나오지만, 역시 세 가족의 모습은 불협화음을 냅니다. 그러던 중 이모가 약속장소를 찾지못해 도착하지 못하게 되면서. 엄마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게 됩니다.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아마 동생이 약속장소를 찾지 못한 것이 충격이었던 건진도 모릅니다. 동생은 갑자기 자신이 치매에 걸리면 어쩔거냐며 혜영을 또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모의 아픔에도 진정으로 걱정하지 못하는 가족을 보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잠 못이루고
여동생이 갑자기 의절하자는 문자를 보내게 되면서, 아들에게 어머니의 모든 전화가 쏠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동생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다. 어느 세 원망이 자신에 옮아가는 듯합니다. 차별을 당했다고 서운한 마음을 털어 놓던 동생의 모습 속에서 아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리곤 어머니를 자신이 떠 맡아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끼며, 차라리 딸로서 차별을 당했으면 좋을 것이라는 기만적인 생각을 하죠. 이기적인 아들의 태도에 분개하게 하는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의 왈츠
이미 나이를 많이 먹은 나는 젊은 시절을 기억합니다. 강아지를 채찍질하던 허름한 한 여자를 내가 지금까지 그 여자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마음 속에 있던 허름하고 헐벗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면서도 무시하고 지나쳐버렸던 두려움과 무심함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합니다. 회한에 젖어 있는 나이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버렸고, 지금의 나라도 다를까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