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삶의 소중하고 사소한 것들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들이 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쉽게 읽히지는 않더라구요. 곱씹어 다시 읽고 생각하면서 느낀 것들이 많습니다. 김연수 작가는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세월호 사건 후 삶을 긍정할 수 없어서 어두운 글만 써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렵사리 쓴 글을 이야기했습니다. 쌓여온 과거의 고통과 갈등을 해체 시킬 수 있는 게, 이유 없는 다정함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소설 집에서 다정함은 견고한 소설의 세계를 깨부수고 시공간을 넘어서 사람들을 연결시킵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만약 삶을 세번 살 수 있다면, 어떨까. 한 번은 과거에서 미래로 살고, 다시 미래에서 과거로 살고, 모든 것을 알고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유명 소설가였던 엄마의 불행한 과거를 알고 과거를 쫓고자 했던 그녀와 그녀의 남자 친구는 함께 동반 자살을 꿈꾸지만, 죽지 않고 둘이 결혼한다는 예언을 듣고 그렇게 살게 된다. 그리고 미래에 도착한 순간 그 순간 비로소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그들이 들었던 미래가 이토록 평범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난주의 바다 앞에서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미칠듯 숨이 차고 고통이 찾아오지만, 그 시간을 극복하면, 호흡이 제자리를 찾고 상쾌하고 좋은 기분을 느끼는 세컨드 윈드라는 시간이 찾아온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순간에도 그 시간을 극복하면 세컨드 윈드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진주의 결말
“타인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우리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값어치를 가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유능한 심리학자인 나는 치매 아버지를 돌보다가 살해한 여인 유진주를 프로파일링 하던 중 유진주로부터 자신을 수동적 피해자로 묘사한 그녀의 프로파일링이 틀렸다는 편지를 받는다. 후에 경찰 조사결과 그녀가 아버지가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는 벗겨지게 된다. 어쩌면 내가 프로파일링한 범죄자들의 행위를 완전히 이해 했을 수 있을까. 생각해본 것 같다.
비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한 후 몽골의 비얀자그 사막으로 촬영을 나가게 되는데, 아내가 오래전에 말했던 인도의 사막이야기를 기억한다. 그리고 비로소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이야기가 자신의 삶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정미가 했던 이야기가 자신의 삶이 되었다는 그 말로 어두웠던 과거에 많은 위로를 받았었는데. 지금은 사막에서 고난을 겪으며, 또 한 번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기억이 존재하는 하는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 것인지도 모른다.
엄마 없는 아이들
같은 연극을 하는 혜진과 명주는 신입부원으로서 친해진다. 갑작스레 연극부원으로 들어와 주연을 맡음으로서 따돌림을 받던 혜진과 유일한 친구였던 명주는 둘다 엄마를 잃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명주는 엄마를 병으로 잃었고, 혜진의 엄마는 이혼 후 미국으로 떠나서 멀어지게 된다. 이들은 같은 상실감을 가지고 동질감을 느끼지만, 혜진이 연극의 연출과 사귀게 되면서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여름이 지나면서 명주는 상실감을 떠나보내고 혜진에게 느끼던 사랑의 감정도 함께 떠나보낸다. 우연히 다시 만나 과거를 추억하지만 현실로 과거의 관계가 복원되지는 않는다. 명주는 더 이상 혜진 같은 상실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어느 날 희진은 한국의 인디가수 희진은 일본으로 공연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 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다. 공연을 하던 중 그녀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공연을 하게된 것이 주최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과거 자신의 연인과 일본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틀었던 노래 때문에 그 일본인 주최자가 자살을 하려다가 힘을 얻고 포기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이 우연으로 벌어져 누군가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 또한 어떤 시간에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 더 비극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던 것 같다. 남자를 살렸던 건. 희진의 남자친구가 적었던 쪽지의 내용 때문이었다. 잊지 않고 기억해서 시간이 지난 후 고백하겠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만약 희진의 남자친구 같은 사람이 세월호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수 많은 죄없는 아이들이 누군가의 무책임함으로 죽어갔고, 최근 이태원에서도 같은 사건이 반복되었다. 그 사건들이 떠올라. 암담하고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