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의 노예, 좋아요의 망령, 군중 따라 가는 현대인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도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산다

by 풍운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며 우리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숫자'다. 별점 4.8점, 리뷰 10,000개, 좋아요 수만 개. 그 숫자의 함량이 높을수록 우리는 안도하며 결제 버튼을 누른다. 그것이 진정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나의 취향에 부합하는지는 뒷전이다. 대중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파도가 이미 안전하다고 검증해 준 길목으로 몸을 던지는 것, 그것이 현대인이 외로움을 피하는 가장 세련된 방식이 되었다.

이른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은 이제 물리적 거리를 넘어 디지털 가상 공간의 심장부까지 침투했다. 우리는 가장 사적인 공간인 침대 위에서도 타인의 취향을 수혈받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묻기 전에, 남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먼저 검색한다. 획일화된 유행의 틀 안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소속감은, 반대로 그 틀에서 벗어났을 때 마주할 소외감에 대한 지독한 공포의 반증일 뿐이다.

현대인의 사상은 점차 거대한 '평균의 감옥'에 갇히고 있다. 남들이 사는 아파트, 남들이 입는 브랜드, 남들이 가는 휴양지를 쫓으며 자신의 삶을 타인의 전시장과 비교한다. 자아의 고유한 색깔은 희석되고, 모두가 비슷한 필터를 씌운 무채색의 풍경으로 변해간다.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받을 때 비로소 안심하는 모순적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타인의 시선에 저당 잡힌 삶을 사는가. 그것은 스스로 가치 판단을 내리는 데 따르는 책임과 고독을 감당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숫자가 보증하는 다수의 선택에 몸을 싣는 것은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생존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락한 획일화의 끝에는 '나'라는 주체가 거세된 텅 빈 껍데기만 남는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도 우리는 누군가의 좋아요를 의식하며 표정을 고치고, 가상의 청중을 향해 자신의 일상을 편집해 올린다.

상대를 의식하는 감각이 예민해질수록, 정작 내면의 목소리는 고갈되어 간다. 유행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집단 최면에서 깨어나야 한다. 리뷰가 없는 길을 걷는 두려움보다, 나만의 안목이 사라지는 비극을 더 경계해야 한다. 진정한 주체성은 타인의 지향점과 나의 지향점이 일치하지 않을 때, 기꺼이 그 '불일치'를 껴안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울을 깨고 나와야만 비로소 자신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획일화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리려 한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찍어낸 듯한 삶에는 생명력이 없다. 비록 친구가 강남에 갈지라도, 나는 나만의 골목을 발견할 권리가 있다. 숫자가 매겨지지 않는 가치, 팔로워가 없어도 당당한 취향, 오직 나만이 설명할 수 있는 삶의 무늬를 회복해야 할 때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적어도 그 하늘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만큼은 누구와도 같을 수 없다. 우리는 군중 속의 고독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지워가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의 모든 '좋아요'를 얻는다 해도, 주체성을 잃은 당신의 일상은 타인의 박수 소리에 춤추는 꼭두각시의 연극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