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에게 열 번째 편지를
요즘에 있잖아.
서울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끝내주는 에세이를 써서 입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웃기지?
물론 내가 더 어렸다면 말이야.
어릴 땐 학교따윈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다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렇게 나이들면서 학교를 가고 싶어.
후회하는 건 아니고.
나이를 먹었다고 해야 되겠지?
살다보니까 내 경험은 아무것도 아닌 거야.
경험에 붙일 이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거겠지.
쉬운 일 쉽게 조용히 살 수도 있는데
굳이 힘든 길을 선택해서 지금은 완전 멘붕이 됐어.
누구 말처럼 다 때려치고 편의점 알바를 할까?
그러면서 혼자 글을 쓸까?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잖아.
내가 선택한 길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해.
이 막연한 두려움을 이길 수가 없어.
일을 놓을 수도, 잡을 수도 없다.
사흘 전과 어제,
그 사람에게 연락이 왔었어.
모두 못 받았지.
난 그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고 싶어, 몹시.
그러나 내가 힘든 걸 얘기하면서 그 사람 얘기는 못 듣는 상황이 되고 싶진 않아.
언제나 내가 기대어야 하는 상황은 너무 싫다.
내일은 제대로 연락해야 겠지?
어쩌면 다시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