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에게 열세 번째 편지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할 것
검은머리 팥뿌리 되도록 사랑할 것
결혼진행 중 도망쳐 나온지 2년 가까이 됐어.
이제서야 깨닫는 건, 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못 믿어서야.
난 위 서약 내용에 맹세할 수 없었어.
힘들땐 힘들어 할거고, 슬플 땐 슬퍼 할 거야.
짜증도 부릴 거고, 각방 쓸 수도 있고 말야.
난 언제나 사랑으로 함께해줄 자신은 없어.
측은지심으로 노력할 뿐이지.
권태기도 올테고,
그럼 사랑도 흝어질 거고,
그러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 올 수는 있겠지.
그냥 노력으로 살 수는 있어.
맹세를 지키며 살 수 없겠지, 나는.
그럼 결혼 서약은 내게 결국, 죄책감을 느끼는 결혼의 시작이잖아.
당신 못 만난다면 난 견딜 수가 없어.
당신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면 내 무언가가 무너지고 망가지겠지.
욕심을 절제해 볼테니
그냥 서로가 서로 곁에 있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