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하고 보름 만에 권태기에 진입했다.

낙서한다. 넋두리 늘어 놓는다.

by 즐거운 사라

지난 5월 2일자로 리버럴미디어를 다시 개시했다. 그리고 열심히 두 달 정도를 뛰었다. 그런데 6월 말부터 권태기가 오기 시작했다. 일이 하기 싫어진 것이다. 몸도 스트레스로 인한 잡병이 오는 ‘신체화’ 증상 때문에 나쁜 시기가 몰아쳐 왔다.


어지럼증과 두통이 잦아지면서 무너지는 날이 많아졌다. 초반에는 주말도 쉼 없이 일을 하다 보니, 평일에 하루 정도 무너졌던 체력이 이제는 주말, 평일 할 거 없이 아무 때나 무너진다.


지난 2월경 호르몬 주사를 맞고 월경을 했다. 반년 정도 월경이 멈춰있어서 억지로라도 배란을 시켜야 했다. 그리고 벌써 반년이 흘러가는데, 월경 소식은 전혀 없다. 내 난소는 배란이라는 자기 할 일을 까먹은 것 같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호르몬이 더욱 불균형해진다. 그러면 바로 오는 게 무배란이다. 그리고 어지럼증과 두통, 온갖 잡병, 그리고 스트레스를 이길 수 없도록 나약해진다.


일을 나름대로 할 만하다. 그런데 왜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바로 체력과 이상의 차이점 때문이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체력은 그 갈망을 따라갈 수 없다. 고로, 기사를 생성하는 횟수가 적어진다.


곧 있으면 포털 검색 제휴를 신청해야 하는데, 그에 못 미치는 매체 수준일까 봐 겁이 난다. 벌써 낙방할까 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면 좋으련만, 온갖 잡병이 나를 사로잡는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순수하게 글을 쓸 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매체를 하면서, 그러니까 기자 생활을 하면서 그 생각에 대한 의심은 커져만 간다. ‘나는 과연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아니다. 기자 생활하면서 할 말이 없어졌다. 말할 법한 일 앞에서도 함구하는 게 버릇이 됐다.


언론 생태계를 보면서 입을 다물게 된다. 할 말은 없어지고, 그냥 수긍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나도 그런 뻔한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거 같다.


그리고 사사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을 다물게 된다. 어느새 나의 직업은 나의 족쇄가 된 느낌이다. 내 한마디가 의미가 깊은, 시사하는 바가 큰....... 그런 해석이 될까 봐, 입은 작아진다.


이번에 네이버 연애결혼판 으른연애 코너에 섹스칼럼을 연재하게 됐다. 새로운 수입이 생기는 건 별 관심이 없는데, 네이버인 만큼 많은 사람이 읽을 거라고 믿기기 때문에 감회가 새롭다.


네이버에 칼럼을 넘겨주고서 몇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는지 모른다. 내가 그들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계속 수위가 높은 글을 보냈다. 아무리 언론매체가 아니더라도 청소년보호법을 염두 해야 하는 ‘인터넷 포털’이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보기에 매우 민망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했다. 자꾸 섹스 테크닉을 연상시키는 단어들로 현란한 문장을 만들었다. 수정 요청을 받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고치다 보니, ‘이럴 거면, 아예 새로운 글을 쓰는 게 낫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글은 네이버 연애결혼판에 연재됐다. 그리고 내 페이스북에 올리니까, 페북 운영진에 의해 게시물 삭제를 당했다. 그렇다. 야했던 거다.


네이버 측에서는 야한 글을 원한 게 아니었다. 섹시한 글을 원한 거다. 그런데 나는 섹시한 글을 못 쓰는, 야한 글을 쓰는 섹스칼럼니스트가 됐다.


판의 핵심도 파악하지 못하고 글을 쓰는 글쟁이다. 그렇게 엉망으로 글을 쓸 만큼 권태기가 왔다.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한 권태기였는데, 글을 쓰는 거 자체에 영향이 왔다. 그리고 내 생활도 권태롭고, 무기력하게 됐다.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고 싶은데,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지 못하고 예배에 불참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데, 저녁만 되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늘 그래 왔던 거처럼 누워만 있다. 생활이 무기력하다.


이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래서 기사도 못 쓰고, 글도 못 쓰고, 생활 패턴도 엉망진창이 됐다. 툭하면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 이제 배란도 안 해서 또 호르몬제를 투여해야 한다.


조금만 더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신명 나게 글을 쓰고 싶다. 보람차게 기사를 생성하고 싶고, 신실하게 예배 가운데 나아가고 싶다.


일하고, 쉬는 거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는, 오늘도 일하러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나왔다. 그러나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집에 가면 할 게 없다. 고로 글을 쓴다. 낙서한다.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런 날이다. 아무 말이라도 해야 하는 그런 때이다. 그러다 보면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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